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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공정위 직권조사 중 ‘증거인멸’ 의혹 파장
현대중, 공정위 직권조사 중 ‘증거인멸’ 의혹 파장
  • 조나리 기자
  • 승인 2018.10.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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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공정위 조사를 대비해 컴퓨터에 저장된 메일과 파일 등을 삭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시스
현대중공업이 공정위 조사를 대비해 컴퓨터에 저장된 메일과 파일 등을 삭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 ‘갑질’을 직권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관련 자료들을 폐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 정의당이 주최한 ‘대기업 갑질 피해 증언대회’에서도 하도급 단가후려치기 사례로 발표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증언대회에는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참석, 새롭게 제기된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공정위의 조치에 관심이 모아진다.

◇ “현대중, 공정위 조사 앞두고 파일 삭제 프로그램 가동”

현대중공업이 공정위 조사를 대비해 컴퓨터에 저장된 메일과 파일 등을 삭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대한기업 직원과 또 다른 협력업체 관리자 간 통화녹취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관련 자료를 완전히 삭제하기 위해 이른바 ‘블랙매직’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협력업체 관리자는 블랙매직에 대해 질문하는 대한기업 직원에게 “블랙매직을 돌렸다는 것은 아는데 뭘 삭제했는지는 모른다”면서 ‘공정위 때문에 삭제한거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중공업 측이 이를 위해 견적서 조작 등도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협력업체 관리자는 ‘견적서는 다 맞췄냐’는 질문에 “전부 다 맞췄다. 없는 것은 간이견적서로 맞췄다”면서 공정위에서 조사하러 나와도 걸릴 게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현재중공업이 한 달 전부터 이 같은 조치를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 관리자는 “8월달부터 라더라고, 그 전 것은 안 본다고 하더라”며 “공정위에서 나온다고 한 때가 한 달이 다돼 가는데 그 안에 물밑작업 이미 다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삭제 여부를 현대중공업에서 직접 점검한 정황도 나왔다. 협력업체 관리자는 “자료 담당자가 지운 게 아니라 중공업 무슨 과더라. 그런 과에서 나와서 PC 다 보고 삭제할 거 다 삭제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종훈 의원실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들과 주고받은 메일과 관련 파일을 삭제하고 견적서를 맞춘 정황들을 포착한 것으로 증거인멸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며 “향후 공정위에 이 부분과 관련해 좀 더 세밀한 조사를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28일 오후 여의도 국회본청 정의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대기업 갑질피해 증언대회에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이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있다. 이날 피해 사례 중에는 현대중공업의 단가 후려치기가 발표됐다. /조나리 기자
지난 8월 28일 오후 여의도 국회본청 정의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대기업 갑질피해 증언대회에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이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있다. 이날 피해 사례 중에는 현대중공업의 단가 후려치기가 발표됐다. /조나리 기자

 “증거인멸 사실로 드러날 시 형사처벌도 가능”

해당 녹취는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을 조사 중인 과정에 밝혀져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공정위 측은 해당 의혹의 조사 여부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관련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정의연대 민생국장 소속 이민석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정위에서 조사를 한다는 자체가 문제 혐의가 있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시정조치에서 끝나지 않고, 벌금까지 부과되는 사안이라면 증거인멸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갑질 의혹으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열린 ‘대기업 갑질 피해증언 대회’에서는 이원태 동영코엘스 대표가 현대중공업의 단가 후려치기 피해를 증언하기도 했다. 이달 1일 공정위가 현대중공업을 직권조사하겠다고 밝히자 정치권에서도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공정위의 현대중공업 직권조사 발표 다음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은 지주회사 체계개편을 통해 모든 이익을 총수일가에 귀속시켰다”면서 ▲하도급 갑질 ▲임금체불 ▲4대보험 유예를 통한 기성금 삭감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요구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측은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반 선박뿐 아니라 함정과 군함 등 군사기밀을 다루는 특수선도 제작하고 있다”면서 “국방부 훈령에 따르면 관련 프로젝트 종료 후 자료를 삭제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녹취록에 언급되는 ‘공정위 때문에 삭제했냐’, ‘견적서를 맞췄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그것은 두 분의 대화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면서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하 김종훈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

(A: 대한기업 직원, B: 협력업체 관리자)

A : 11일 모임 했을 때 형님이 말했던 삭제 프로그램 이름이 뭐예요.
B : 저거 저거 블랙매직.

A : 블랙매직이라는 프로그램이 따로 있어요?
B : 메일 같은 거 이런거 파일 같은 거 직영에서 깔아주거든.

(중략)

A : 그게 뭔가 싶어가지고, 왜냐하면 나도 컴퓨터 좀 한번 이 프로그램 뭔가를 확인해 보려고, 그럼 내거를 삭제를 하면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B : 글치, 블랙매직 돌렸다는 건 아는데 뭘 삭제한지는 몰라.

A : 지금 공정위 때문에 다 돌린거예요, ***은?
B : 응 전부 다 돌렸다.

A : 형님 컴퓨터도 그럼 다 돌린거네. 그럼 메일 받았던 거는 아무 것도 없네.
B : 주고 받았던 거고 공사과 하고 이런 건 다 지웠지. 그건 메일 자체적으로 지운거고, 파일 같은 거 보관하다가 안되는 이런거.

A : 형님은 그러면 공정위 때문에 견적서 같은 경우 다 맞춘거예요?
B : 우리 것만 아니고 전부 다 맞추었다. 없는 거는 간이견적서 해가지고 다 맞추고.

A : 간이견적서로 맞추로?
B : 저거 뭐지? 우리 정식 말고 그걸로 다 맞추고.

A : 그럼 형님네는 나중에 공정위에서 나와서 하도급법 위반 하면 걸릴 게 하나도 없네?
B : 없지. 8월 달부터 라더라고 그전에 거는 안본다고 하더라고.

(중략)

B : 위에서 지침이 8월 달부터 맞춰라 이렇게 내려왔데. 공정위에서 나온다고 한 때가 한 달이 다돼 가는데 그 안에 물밑작업 이미 다 했지.

A : 그러면 우리가 그때 청원 들어가 가고, 청와대에서 공정위에 쏜 게 9월14일날 직권조사 그거 했는데 한 달 전이라면 벌써 이때 다 알았다는 거잖아.
B : 한 달 됐을거야 (대한기업이 청와대) 청원 넣고 며칠 안돼서 이게 나왔거든.

A : 그렇구나 그러면 ***은 까도 나올 게 없네.
B : 거의 없지. 메일 주고 기성에 대해서 주고받고 한 거 싹 다 지웠고. 이거 담당자가 지운 게 아니라 무슨 과더라 중공업에 무슨 그거 있잖아?

A : 그 뭐 정보운영과?
B : 어 뭐 그런 과에서 나와서 직영 PC 다 봤다. 삭제할 거 다 삭제하고.

(중략)

A : 그래서 털어도 안 나온다는 이유가 이 블랙매직 이 것 때문에 아무 것도 안 나오는거구나.
B : 파일 같은 건 그런 걸로 다 지우고 메일 주고받은 것도 다 지우고, 이게 그냥 우리 PC 같은 거 그냥 우클릭하면 삭제 나오잖아. 삭제하면 우리는 안보이는데 이게 안에 남아 있데. 그래서 V3나 보면은 파일완전 삭제라는거 그 얘긴데 그걸 하면은 아예하면 안나오는데 블랙매직 같은 돌려 갔고 나오면 아니 파일찾기 같고 나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