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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묘수에 난처해진 딜리버리히어로
공정위 묘수에 난처해진 딜리버리히어로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0.11.17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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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에 대해 배달앱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에 대해 배달앱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합병을 심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예상치 못한 묘수를 내놓으며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해 아시아시장 공략의 첨병으로 삼는 한편, 한국 시장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모두 품안에 두고자 했던 딜리버리히어로의 계획이 뜻밖의 암초를 만나게 된 모습이다.

◇ 합병 승인에 ‘요기요 매각’ 조건 내건 공정위 

딜리버리히어로는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통해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 중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인수·합병 추진을 전격 발표하며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수·합병의 큰 그림은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 지분을 모두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양사가 아시아법인을 함께 설립해 이 법인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이끄는 것이었다. 양사는 글로벌 배달앱 시장 공략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인수·합병 추진의 가장 큰 목적이자 배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내 배달앱 업계를 사실상 양분하고 있던 경쟁사끼리의 합병 추진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고 독과점 문제 등 여러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인수·합병을 심사해온 공정위가 예상치 못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수·합병을 승인받기 위해선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아시아시장 공략을 인수·합병의 최대 명분으로 제시한 만큼, 국내에서 굳이 두 개의 배달앱을 모두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게 공정위의 논리다.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은 여러 복잡한 상황을 고려해 나온 ‘묘수’로 평가된다. 독과점 관련 논란을 방지하는 동시에, 신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인수·합병을 사실상 불허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딜리버리히어로가 한방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정위는 다음달 9일 전원회의를 통해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뉴시스
공정위는 다음달 9일 전원회의를 통해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뉴시스

◇ 우아한형제들·요기요 둘 다 놓칠 수 없는 딜리버리히어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앞서 요기요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배달통은 현상을 유지하는 전략적 선택을 취한 바 있다. 국내 배달앱 시장의 치열한 경쟁 상황과 1위를 추격해야 하는 위치에서 나온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배달통을 고의로 방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배달통을 희생시키면서 역량을 집중시켰던 요기요를 희생양으로 내놓아야 우아한형제들을 품을 수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또 다른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선 셈이다. 

딜리버리히어로 입장에선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1위 배달앱 운영사일 뿐 아니라, 다양한 노하우와 뛰어난 역량을 지니고 있다. B마트, 배달로봇 등 사업 확장 및 신기술 도입도 적극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해선 우아한형제들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요기요는 역시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과 함께 2위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그동안 적극적인 투자와 많은 공을 들인 배달앱이기도 하다. 요기요를 매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죽쒀서 경쟁사에게 주는 꼴이 된다. 따라서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딜리버리히어로는 공정위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향후 전원회의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고,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아시아시장 공략은 허울뿐인 명분이었고, 결국 국내 시장에서의 독과점 지위를 노린 것 아니냐”는 반문과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공정위는 오는 12월 9일 전원회의를 열고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