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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트로트 예능 홍수 속 ‘싱어게인’이 살아남는 법
2020. 11. 30 by 이민지 기자 sisaweek@daum.net
트로트 예능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싱어게인- 무명가수전’ / JTBC
트로트 예능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싱어게인- 무명가수전’ / JTBC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TV조선 ‘미스터트롯’이 일으킨 트로트 예능 열풍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비(非)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JTBC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이하 ‘싱어게인’), 심상치 않다.

지난 16일 첫 방송된 ‘싱어게인’은 무대가 간절한 가수들에게 다시 한 번 대중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부터 높은 화제성을 보여준 가운데 2회 만에 시청률 5%를 돌파하며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도를 드러내고 있다.

‘싱어게인’은 1회 시청률 3.2%(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한 뒤 23일 방송된 2회에서 시청률 5.4%를 달성했다. 월요일 예능 시청률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이 4~6%대(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 시청률을 전전하는 것과 비교하면, ‘싱어게인’을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간 봐온 흔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싱어게인’은 오디션 예능프로그램을 향한 낮은 신뢰감 극복을 위한 장치를 둬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였다. 출연자들에게 이름 대신 번호를 붙여 실력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것. 물론 얼굴이 낯익은 출연자가 있기도 했지만, 다수가 얼굴로 알려진 사람들이 아니라서 ‘번호제’는 출연자의 노래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유희열·이선희·김종진·김이나·규현·선미·이해리·송민호 등 전문성을 갖춘 심사위원을 여러 명 배치해 공정성에 힘을 더했다.

출연자에게 번호를 붙여 오디션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높인  ‘싱어게인’ / JTBC  ‘싱어게인’ 방송화면
출연자에게 번호를 붙여 오디션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높인 ‘싱어게인’ / JTBC ‘싱어게인’ 방송화면

기존에 나온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는 출연자들간의 경쟁 구도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가슴 아픈 사연에 많은 무게감을 둬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안겼다. 반면 ‘싱어게인’은 불필요한 포장 없이 출연자들의 무대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춰 방송 취지에 벗어나지 않고자 노력했다. 이에 구구절절한 인생사 대신 무대에 다시 한 번 오르고 싶은 출연자들의 진심 담긴 노래만이 방송을 가득 채웠다. 

무엇보다 ‘싱어게인’은 ‘슈가맨 조’와 ‘찐 무명 조’로 나눠 반가움과 신선함을 동시에 자아냈다. 먼저 ‘슈가맨 조’ 출연자들은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익숙한 멜로디로 시청자들을 추억으로 물들였다. ‘인형의 꿈’ 원곡자인 ‘54호 가수’, 2030세대 남자들의 애창곡인 ‘청소’ 원곡자 ‘36호 가수’, ‘신촌의 못가’를 부른 ‘61호 가수’ 등이 무대를 채워 이목을 사로잡았다.

개성 강한 ‘찐 무명’들의 무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한영애의 ‘누구없소’를 색다르게 편곡한 ‘63호 가수’는 심사위원 전원의 찬사를 얻으며 눈길을 끌었고, ‘30호 가수’는 박진영의 ‘Honey’를 완벽하게 재해석해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개성파 신예들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슈가맨 조’와 ‘찐 무명 조’로 나눠 귀와 눈을 즐겁게 만든 ‘싱어게인’ / JTBC ‘싱어게인’ 방송화면
‘슈가맨 조’와 ‘찐 무명 조’로 나눠 귀와 눈을 즐겁게 만든 ‘싱어게인’ / JTBC ‘싱어게인’ 방송화면

‘뻔하지 않음’을 앞세워 트로트로 뒤덮인 예능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싱어게인’이 트로트 열기를 식힐 단비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싱어게인’의 앞날에 시청자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