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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플라스틱 리서치’ 체험기
[그린피스 ‘플라스틱 리서치’ 체험기③] 배출량 70%는 ‘식품 포장’… 개인 노력만으론 안된다
2021. 01. 21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플라스틱을 사용을 줄여야 합니다.” 비단 환경캠페인을 벌이는 시민운동가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플라스틱 사용에 따른 폐해를 잘 알고 있다. 플라스틱이 산과 강, 바다를 뒤덮어 큰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쭉 배워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에 얼마나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배출하는지 직접 세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이에 기자는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주최한 ‘플라스틱 리서치 2020’에 직접 참여, 우리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제품을 소비하는지 알아봤다. [편집자주]

2020년 10월 24일을 끝으로 일주일간 진행됐던 플라스틱 리서치가 종료됐다. 그린피스의 조사결과와 체험 결과를 종합해보면,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선 개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기업의 노력도 함께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진=Getty images,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2020년 10월 24일, 일주일간의 플라스틱 리서치가 최종 종료된 후 260여 가구의 참가자들은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다. 전체적으로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집계됐을 것으로 예상됐다. 본지 기자 외에 다른 참가자들 역시 조사결과를 입력하는 차트 칸이 부족해 보일만큼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리서치 종료 후 그린피스 측에선 정확한 자료 집계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조사 결과를 바로 알려주진 않았다. 때문에 어떤 종류의 플라스틱이, 얼마나 배출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의 ‘플라스틱 리서치 체험기’는 머릿속에서 점차 잊혀졌다.

그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1월 15일,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리서치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우리집 플라스틱 어디서 왔니’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동안 까맣게 있고 있었던 플라스틱 리서치 결과가 발표되자 ‘대체 일주일 동안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배출됐을까’ 하는 궁금증이 다시 한 번 몰려왔다. 

플라스틱 리서치 2020에서 집계된 전체 플라스틱 배출량 그래프. 260가구가 7일동안 발생시킨 플라스틱 쓰레기 개수는 총 1만6,629개였으며 이 중 식품 포장재에 해당하는 쓰레기는 1만1,888개였다. 이는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의 71.5%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린피스, Getty images

◇ “7일간 배출된 플라스틱 1만6,600개”… 배출량 70%는 ‘식품 포장’

그린피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리서치에 참여한 260여가구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무려 1만6,629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많은 배출량을 차지한 것은 예상대로 ‘식품’ 관련 포장 용기였다. 식품 포장재는 조사 기간인 일주일 동안 모두 1만1,888개가 배출됐다. 이는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의 71.5%에 해당하는 양이다. 리서치 기간에 ‘집 밥 해먹기’를 했더니 플라스틱 배출량이 크게 감소한 것엔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 1위를 차지한 식품군에서 가장 많은 폐기물을 발생시킨 품목은 ‘음료 및 유제품’이었다. 음료 및 유제품류에서 발생한 플라스틱은 총 4,504개로, 식품 포장재 플라스틱 배출량 중 37.9%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과자·간식·디저트류 2,777개(23.4%) △면류·장기보관 식품 1,255개(10.6%) 순으로 나타났다. 

식품 외 부문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화장품·세안용품 등 생활용품 (1,446개, 8.7%) △배달용기(1,247개, 7.5%) △아이스팩 등 기타 포장 재료(1,230개, 7.4%) △기타(의약품 및 건강보조식품 용기 등 665개, 4.8%) 등으로 집계됐다. 

예상대로 식품 포장재가 가장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했다. 리서치 참가자들이 올린 플라스틱 폐기물 사진을 확인해 봐도 거의 대부분 식품 포장재인 것을 알 수 있다./ 사진=박설민기자, 그린피스

그렇다면 조사에 참여한 260여가구가 사용했던 제품들을 생산한 기업 중,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어디였을까. 그린피스는 상위 10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집계 결과, △동원 F&B(577개) △농심 (508개) △롯데칠성음료(479개) △CJ제일제당(433개) △오뚜기(381개) △롯데제과(361개) △풀무원(361개) △동서식품(308개) △오리온(297개) △남양유업(243개) 순으로 나타났다.

식품 품목별로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을 분류해보면 순위는 조금 달라졌다. 음료 및 가정간편식 두 품목에선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롯데칠성음료(11.5%)와 CJ제일제당(24.4%)의 제품들이 가장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자류에서는 롯데제과(14%)가, 면류에서는 농심(31.9%)이 가장 많은 폐기물을 발생시킨 업체였다.

◇ 개인의 노력과 기업의 노력이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

결국 그린피스의 조사결과와 기자의 체험 경험을 종합해보면, 개개인의 노력을 통해서도 플라스틱을 어느 정도 감축시킬 수는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생활에 필수적인 식품·제품 등에 플라스틱 포장재가 계속해서 사용된다면, 개개인의 노력은 한계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리서치 기간, 마트에서 장을 볼 때 거의 모든 제품에 플라스틱 포장이 돼 있었던 것을 확인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린피스는 기업들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정확한 사용량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포장재는 식품 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만, 기업 단위의 플라스틱 사용량에서부터 폐기물 처리 규모에 이르기까지 신뢰할 수 있는 통계자료가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식품 업계에서는 현재 플라스틱 제품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포장재 등의 대안 마련 등을 통해 일회 용 플라스틱 포장재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사업 모델 구조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린피스는 환경 보호를 위해서 플라스틱을 절감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기업들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정확한 사용량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식품 업계에서는 현재 플라스틱 제품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포장재 등의 대안 마련 등을 통해 일회 용 플라스틱 포장재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사업 모델 구조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그린피스

그린피스 이동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기업의 플라스틱 감축은 사용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플라스틱 사용 실태를 정확히 공개해야만 구체적인 플라스틱 감축량을 설정할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의 지속적인 경영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해법인 동시에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당장 모든 기업들이 사업 전체 구조를 바꾼다거나, 일반인들의 플라스틱 배출량을 절반 수준으로 제한하는 법이 통과되는 등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다만 시민들 각자가 하루에 하나의 플라스틱 쓰레기라도 덜 배출하고, 기업들 역시 3중 포장했던 제품을 2중 포장하거나 재질을 바꾸는 등의 노력은 얼마든지 실천가능 할 것이라 생각한다. 플라스틱 리서치가 끝난 지금, 아직도 ‘집밥’을 차리고 커피포트에서 물을 끓이고 있는 기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