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3 12:12
“영원한 것은 없다”… ‘잘나가던’ IT기업들이 몰락한 까닭
“영원한 것은 없다”… ‘잘나가던’ IT기업들이 몰락한 까닭
  • 박설민 기자
  • 승인 2021.01.25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T시장은 다른 산업분야보다 변동성이 훨씬 크다. 때문에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고 해서 방심하는 순간, 순위를 따라잡히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핀란드의 노키아와 일본의 소니가 대표적인 예다./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과거 명성을 날렸던 IT기업이라 하더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T) 시장에서 순식간에 몰락하는 것과 그 빈자리를 다른 IT기업들이 차지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과거 잘나갔던 IT기업들이 몰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새롭게 진출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 현재의 IT시장에서 말이다.

◇ 휴대폰의 제왕 ‘노키아’, 옛 영광에 취해 몰락 

한 기업의 사업이 몰락한다는 것은 그 시대의 시장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과거 공룡들이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된 것처럼 말이다. 특히 다른 산업계보다 변동 속도가 빠른 IT업계는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매순간 변화하는 소비자와 경제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에 취해 몰락해버린 IT기업들의 사례는 ‘휴대폰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대표적인 예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IT기업인 노키아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 모토로라를 꺾고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의 최강자로 군림했었다. 지난 2009년 산업연구원 김종기 연구위원이 저술했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4분기 기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의 점유율은 무려 40.8%에 달했다.

철옹성같던 노키아의 왕좌를 무너뜨린 것은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애플의 아이폰에는 컴퓨터 ‘맥킨토시’를 기반으로 다져진 편리한 OS(운영체제)인 ‘iOS’와 일반 소비자들이 다양한 앱(App)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애플스토어’라는 개념을 도입됐다.

이를 통해 애플은 기존의 ‘업무용 휴대폰’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스마트폰을 대중화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시리즈까지 등장하면서, 세계 휴대폰 시장은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성공에 안주했었던 노키아는 뒤늦게 스마트폰시장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에게 양분되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특히 OS면에서 노키아는 자사의 OS인 iOS를 가진 애플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던 삼성전자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노키아는 자사의 스마트폰용 OS인 저가 모델용 ‘심비안’과 고가 모델용 ‘미고’를 따로 개발했으나, 저가용 OS인 심비안의 품질은 이미 안드로이드와 iOS를 사용하던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엔 턱없이 모자랐고, 고가 모델인 미고는 개발이 계속해서 밀렸다. 결국 뒤늦게 미고가 완성됐지만, 스마트폰 소비자들의 마음은 이미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으로 가버렸기에 미고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노키아 N9에서 사용된 후 완전히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노키아는 2012년 1분기 이후 삼성전자에게 글로벌 휴대폰 시장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 전성기 시가총액의 0.07%에 불과한 1,073억달러에 매각됐다. 

노키아는 2008년 4분기 기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40.8%를 차지할만큼 절대적인 왕좌를 치지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로 순식간에 몰락의 길을 걷고 말았다./ 픽사베이

◇ 오만한 판단이 부른 일본 IT업계의 몰락 ‘소니·도시바’

확고부동한 1위의 자리에서 순식간에 몰락의 길을 걸은 IT기업은 비단 스마트폰 분야만이 아니다. 현재 IT산업의 중심으로 꼽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 분야에서는 흔히 나타나는 일이다. 이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바로 옆 나라 ‘일본’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1980~1990년대 최대 전성기를 맞이했던 일본의 소니는 TV, 휴대용 카세트 등 거의 모든 가전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했었다. 특히 TV의 경우 절대적인 위치로 평가받았다. 당시 소니는 “삼성과 LG가 따라온다 해도 결코 기술면에서 소니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오만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고급화’를 이유로 비싼 가격의 프리미엄 모델만을 고집하면서 가성비를 내세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슬금슬금 가전시장을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6년 삼성전자에게 글로벌 TV시장 1위를 내준 이후 지속적으로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현재 소니는 지난해 5월 기준 북미 TV시장 점유율에서 1.1%에 불과한 상태며,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에게도 매출이 밀리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TV 및 스마트폰 분야에서 필수라고 불리는 OLED기술 확보의 부재는 소니뿐만 아니라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 전체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2000년대 초반, 삼성이 삼성디스플레이를 필두로 OLED 상용화에 나선다는 소식에 소니를 비롯한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는 “물구나무를 서고 후지산을 등반하는 일”이라고 비웃었었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 끝에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상용화에 성공했고, 현재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의 소니와 삼성 디스플레이는 과거에 안주할 경우,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하면 시장 1위 얼마나 빨리 몰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 후발 주자라도 순식간에 1위로 치고 올라올 수 있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 볼 수 있다.

일본 굴지의 반도체 기업이었던 ‘도시바’의 경우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 기업 발목을 잡은 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었던 도시바 경영진들은 2006년부터 미국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업체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을 매각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2008년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 2기 건설 공사가 지연되면서 비용이 초과됐고,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 파산 신고를 하게 되는데 이르렀다. 때문에 약 1조엔(한화 11조원)을 투자했던 도시바 역시 막대한 타격을 입고 말았으며, 기업의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도시바는 그룹 영업이익의 90%를 차지하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매각하고 말았다. 이는 도시바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던 일본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무너뜨렸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IT업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가 순식간에 부진의 늪에 빠지는 것은 스마트폰뿐만이 아니다. TV에서는 일본의 소니가, 반도체에서는 도시바가 모두 방심과 오판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걸었다./ 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 현재의 1등을 차지한 韓기업들, “과거 사례 답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IT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끝없는 변화’와 정확한 미래 예측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과거에 성공한 전략이 내일도 꼭 통하라는 법은 없다”며 “항상 전략을 점검하고 바꿀 준비를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정현천 SK그룹 부사장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2월 발간한 ‘기업윤리 브리프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오만은 과거의 방식을 답습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인지적 노력이라는 투입을 줄이고 자신의 가치를 크게 과시하고 보상의 산출은 크게 하려고 하는 행동”이라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경을 의사결정에 반영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과거 경험과 성공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으로만 대처하며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많은 기업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성공과 실패는 교차하게 마련이다. 꾸준히 성공을 이어가는 우량기업의 특징은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방법을 아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며 “리더는 물론 조직 전체가 성공에도 오만하지 않고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지속가능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과거의 영광과 안일한 미래 대응으로 시장 1위의 자리에서 몰락했을 때, 그 자리를 차지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나라의 IT기업들도 현재의 성공에 안주해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노키아, 소니처럼 방심하는 순간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던 디스플레이 분야는 중국의 기업들에게 조금씩 따라잡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0년 디스플레이 매출 436억달러(한화 약 49조원), 시장 점유율 37.3%로 1위를 수성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에서 지난해 9.1%p가량 차지가 났던 중국(점유율 36.3%)과의 격차가 1.0%p로 크게 좁혀졌다. 

LCD 패널 부문은 이미 역전 당했으며,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크게 앞서고 있는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분야 역시 중국에 추월당할 위험에 놓여있다. 오는 2025년 중국의 OLED 생산규모는 중국은 4,035만1,000m²의 생산규모로 예상되는데 이는 한국의 OLED 생산규모인 3,764만1,000m²보다 약 7%가량 높은 수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기업인 것은 확실하지만, 흔히 말하는 ‘엘리트주의’가 너무 강하다”며 “항상 ‘우리가 답이다’라는 전제를 깔고 업무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애플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샤오미 등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업들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긴장을 놓지 않고 언제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