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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장윤주, ‘세자매’로 달라진 것
2021. 01. 26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모델 겸 배우 장윤주가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로 관객 앞에 선다. /에스팀엔터테인먼트
모델 겸 배우 장윤주가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로 관객 앞에 선다.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모델 겸 배우 장윤주가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로 관객 앞에 선다. 배우로서 첫 도전이었던 영화 ‘베테랑’(2015) 이후 6년 만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는 한층 성장한 연기력으로,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배우’ 장윤주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영화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를 연출한 이승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문소리‧김선영‧장윤주가 세 자매로 호흡을 맞췄다. 

극 중 장윤주는 셋째 미옥으로 분해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탈색 머리에 독특한 패션 등 파격적인 외적 변신은 물론, 눈빛부터 표정, 몸짓까지 섬세하고 리얼한 연기로 개성 넘치는 미옥을 완성해냈다. 거침없는 매력과 상대 배우와 자연스러운 ‘케미’로 웃음까지 선사하며 극에 활력을 제대로 불어넣었다.

직접 탈색 머리를 제안할 만큼, 작품 그리고 캐릭터를 향한 열정과 애정을 기울인 장윤주지만, 그가 ‘세자매’ 그리고 미옥을 만나기까진 깊은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 첫 영화 ‘베테랑’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연기가 자신에게 맞는 옷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숱한 캐스팅 제의를 거절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세자매’ 역시 걱정이 앞섰다. 전작보다 훨씬 커진 비중과 주연배우라는 타이틀,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작업 등에 대한 부담감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때 손을 내밀어 준 건 ‘두 언니’ 문소리와 김선영이다. 고민 하나하나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며 용기를 볻돋아 줬고, 장윤주도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만난 ‘세자매’는 장윤주의 마음가짐까지 바꿔놓았다. 캐릭터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고, 인물 그리고 작품 안에 녹아드는 값진 경험을 했다. 연기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고,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은 열정도 생겼다. ‘배우’ 장윤주의 가장 큰 변화이자 성장이다.   

‘베테랑’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장윤주. /에스팀엔터테인먼트
‘베테랑’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장윤주.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장윤주는 유쾌한 입담으로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작품 그리고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신중하고 진중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베테랑’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10대 때 모델로 데뷔하고, 그때부터 신기하게 꾸준히 영화 제안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때는 아예 생각이 없었다. 대학도 영화과로 들어갔지만, 찍히는 사람 말고 찍는 사람의 역할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모델 활동에 집중하다 영화 ‘베테랑’을 만나게 됐는데, 갑작스럽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류승완 감독, 그리고 배우들과 만난 후 즐겁게 놀 수 있을 것 같아 하게 됐다. ‘베테랑’을 다 좋게 봐주셔서, 이후 많은 작품이 들어왔는데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하게 돼서 공백이 있었다. 아이를 낳은 후 바로 연기를 시작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싶어서 런웨이로 복귀하게 됐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됐다.”

-전작과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었다. 큰 도전을 요하는 작품이었는데, 어떤 마음으로 선택하게 됐는지.
“‘세자매’를 만나게 됐을 때 내가 세 자매의 막내로 살아와서 더 애정이 갔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면서 내가 이렇게 큰 역할을 대배우 두 분과 함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또 내가 연기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있어서 선뜻 하겠다는 마음이 들진 않았다. 고민하는 부분들에 대해 그때그때 문소리 선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김선영 선배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게 된 작품이다. ‘베테랑’과 완전 결이 다른 작품이고 캐릭터라 좋기도 했다. 상업적인 일도 좋아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취향이나 마이너 한 느낌들이 있어서 작품 자체는 좋았다. 오랫동안 고민한 뒤 딱 결정을 내리고 나서는 깔끔하게 작품에 빠져들게 됐다.”

-스크린으로 본 배우 장윤주의 모습은 어땠나.
“이 영화를 하기로 한 이상 내가 갖고 있는 그동안의 이미지나 커리어는 다 없는 상태로 임해야지 생각했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니들(문소리‧김선영)과 함께 있었을 때 다른 연기를 하지 않고, 그 안에 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나의 가장 큰 목표였다. 영화를 봤을 때 나 혼자 다른 결로 튀지 않고 그 안에 잘 섞여있고 묻어있어서 안심했다.”

‘세자매’에서 셋째 미옥을 연기한 장윤주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세자매’에서 셋째 미옥을 연기한 장윤주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연기에 대한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본인도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을 확인한 지점이 있을까.
“나는 신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끝까지 고민하고 끝까지 의심하는 집요한 면이 있다. 그걸 오랫동안 한 뒤 이 작품을 하고 나니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앞으로 들어오는 작품들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연기에 대해 한 번 알아가자, 친해져보자는 마음이 든 게 가장 큰 변화이지 않을까 싶다.”

-주변 반응도 궁금한데.
“일단 저희 남편이 되게 좋았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과정을 다 아는 사람이고, 이 작품을 하기까지 함께 고생을 한 사람이다. 같이 모니터해 주고 고생했다. 정말 좋아했다. 회사 대표님도 같이 봤는데 많이 우시더라. 내 주변 반응은 뜨겁다.(웃음)”

-미옥은 어떤 인물이었나. 어떻게 준비했는지.
“처음에 캐릭터를 봤을 때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어디가 그렇게 아픈 걸까’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그러다 점점 이 캐릭터에 대해 깊이 들어가고, 이 캐릭터를 사랑하기로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는 되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부분이 보이더라. 그래서 어떻게 보면 못나게 보일 수 있는 부분마저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정말 모든 신에 진심을 담아 미옥이라는 인물을 믿었고, 사랑했다. 그게 가장 큰 마음의 결단이자 준비지 않았나 싶다.”

-미옥의 스타일링이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다.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고.
“이 작품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 친한 친구가 ‘머리를 탈색하면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을까’ 이야기를 했다. 그 아이디어가 캐릭터를 만나는데 큰 힘이 됐다. 머리를 탈색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델로 오래 활동을 해서인지 캐릭터의 이미지가 생기니 만나기 더 가까워졌고, 그동안 내가 보여줬던 것들을 숨기는 가면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기더라. 의상도 직접 구매했다. 실제로 내가 산 의상들이 영화에 많이 나왔다. 외적인 메이크오버를 하고 나니 그 사람이 되더라. 큰 도움을 받았다.”

장윤주가 문소리, 김선영과 함께 한 소감을 전했다.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장윤주가 문소리, 김선영과 함께 한 소감을 전했다. /리틀빅픽처스

-세 자매 모두 각자의 응어리를 안고 살아간다. 미옥에겐 어떤 상처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상처가 미옥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했나.
“첫째는 직접적으로 폭력을 당한 사람이고, 미연은 지켜봐야 했던 사람이다. 미옥은 그 기억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괴롭힌다. 어떤 상처가 더 크다고 말할 순 없다. 미옥은 무의식 속에서 괴롭히는 것들이 커서도 계속 못난 구석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다. 작가로서 어린시절의 아픔을 이겨낼 만큼 성공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백수와 같은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술에 의지를 한다. 술로나마 잠시 그 기억들을 잊고, 현실을 도피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문소리, 김선영과의 호흡은 어땠나.
“모두가 인정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영광이었다. 문소리 선배는 본인이 영화도 만들고 이번에는 공동제작도 해서 영화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있다. 필요한 것들과 불필요한 것들을 아주 정확하게 짚어내고, 살림하는 능력이 있다. 섬세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 있었다. 김선영 선배는 연기할 때 보면 생각하지도 못한 파워가 나온다. 매 테이크, 다 다른 게 해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연기하는 걸 보면 빠져 들어가게 되는 것 같다. 또 내면에는 따뜻함이 있는 사람이다. 아주 큰 경험이 됐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자면.
“남편을 연기한 현봉식과의 장면이 되게 좋았다. 미옥이 술에 취해 남편에게 ‘나 여보 돈 많아서 결혼한 거 아니야. 착해서 한 거야’라고 하는데, 취중진담이다. 미옥이 그때 딱 한 번 제대로 말을 한다.(웃음) 마음이 되게 짠했다. 또 미옥이 의붓아들 학교 교무실에 가서 난동을 부리고 한바탕 운 다음에 운동장에서 갑자기 뛰어가는데, 너무 귀엽고 희망이 보였다. 미옥이라는 사람이 뛰어갈 수 있다는 게 희망이 보여서 좋더라.”

-현봉식과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는데.
“영화에서 가장 많이 붙어있는 사람이 현봉식이다. 그래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이좋은 게 영화에도 담겼더라. 머리를 탈색하던 날도 현봉식이 미용실에 와서 끝까지 기다려줬다. 자기에겐 막 해도 된다고, 이 영화에서 자기는 그런 사람이라고 해줬다. 놀이를 하듯 주고받으면서 대본을 같이 나누기도 하고, 옆에서 잘 서포트해 주고 의지가 되는 친구였다. 지금도 연락을 자주 한다. 정말 사이좋게 지냈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장윤주. /에스팀엔터테인먼트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장윤주. /에스팀엔터테인먼트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는데, 직접 아이디어를 낸 부분도 있나.
“미옥이 남편을 막 때리고 나서 괜찮냐고 하고 갑자기 밥 차려주고 많이 먹으라고 하는데, 생각해 보면 진짜 웃긴다. 하하. 다 대본에 있었다. 애드리브를 하진 않았다. 그냥 조금 내가 편한 대로 부드럽게 말하긴 했지만, 대사를 추가하거나 애드리브를 준비해서 가거나 그러진 않았다.”

-미옥은 나름대로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한다. 실제 장윤주는 어떤 엄마인가.
“나는 도대체 어떤 엄마일까. 하하. 딸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냥 친구처럼 지낸다. 딸이랑 같이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서 막 깔깔거리고 웃는다. 친구 같고, 든든한 멘토이고 싶다. 또 그전에 좋은 어른이고 싶다. 열심히 노력하곤 있는데 잘 하고 있는지.(웃음)”

-모델부터 방송인, 싱어송라이터, 배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다. 원동력이 궁금하고, 앞으로 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내가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일을 좋아한다.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하게 된 거다. 또 도전하고 싶은 분야는 없는 것 같다. 주어진 일,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을 진실 되게 사랑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같이 함께 아우러져있는 공동체를 좋아한다. 혼자 있는 것보다 공동체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또 결과물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모델로서 수많은 사진들과 작업들, 작품들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