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李씨네
[인터뷰] 변성현 감독, ‘킹메이커’로 던진 질문  
2022. 01. 28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킹메이커’로 돌아온 변성현 감독.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킹메이커’로 돌아온 변성현 감독.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린 작품이다. 

2017년 개봉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과 주요 제작진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 그리고 1960~70년대 드라마틱한 선거 과정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완성됐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개봉 당시 개성 있는 연출과 미장센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누아르’라는 평가와 함께 ‘불한당원’이라는 열혈 팬덤을 일으켰다. 제70회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극찬을 받기도 했다.  

‘킹메이커’로 재회한 변성현 감독과 제작진은 한층 탄탄한 팀워크로 또 하나의 ‘웰메이드’ 작품을 탄생시켰다. 촬영‧미술‧음악‧조명 등 독보적인 미장센을 구축하며 ‘킹메이커’만의 신선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를 완성한 것은 물론, 다소 어려운 소재를 다뤘지만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에 대한 이념이 부딪히는 두 인물의 갈등과 딜레마에 초점을 맞춰 현시대와 맞닿아 있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변성현 감독은 개봉날인 지난 26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킹메이커’의 시작부터 열연을 펼친 두 주연배우 설경구‧이선균의 캐스팅 과정까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신선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로 완성된 ‘킹메이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신선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로 완성된 ‘킹메이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몇 번의 연기 끝에 드디어 개봉한 소감은. 
“현재 다른 작품을 촬영하고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담담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 2년 전부터 개봉 시기를 몇 번이나 잡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미루고 미뤘다. 중간에 OTT 공개 이야기도 나오고 논의도 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겠지만 관객수가 적더라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그 의견에 모두 동의해 주셔서 극장 개봉을 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시기에 개봉을 하게 됐는데. 
“대선을 앞두고 개봉할지 전혀 몰랐다. 앞서 총선 시기에도 개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었다. 정치적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 개봉을 하게 됐다. 대선에 영향을 끼칠지 잘 모르겠고,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서 만든 영화가 아니다. 어떤 진영이나 누군가를 편들려고 만든 작품이 전혀 아니다. 그냥 상업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불한당’ 제작진이 다시 모였는데, 전작을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불한당’이 크게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아니지만, 좋아해 주신 마니아들이 있다. 하지만 그 마니아들을 충족시키는 영화를 만들고 싶진 않았다.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다만 스태프들 모두 전작보다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다. 저희끼리는 더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나는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서, 미술 감독은 미술적인 부분, 촬영 감독은 촬영적인 부분, 조명 감독은 조명적인 부분에서 전작보다 더 잘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는 해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킹’이 아닌 ‘킹메이커’에 집중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우선 잘 알려지지 않거나 이면에 있는 사람을 표현하는 게 더 좋다. 또 ‘킹’을 그리고 싶지 않은 이유는 자칫하면 히어로물처럼 보이기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그 인물을 영웅화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킹이 아닌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 인물에 더 끌리게 된 것 같다.” 

변성현 감독과 재회한 설경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변성현 감독과 재회한 설경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팩트와 창작의 영역은 어떤 기준을 두고 균형을 맞췄나. 또 실제 인물과 사건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감에 있어 견제하고 조심했던 지점이 있다면.
“어떤 정치적인 사건이 있었다는 팩트를 두고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부분에 창작의 영역이 들어갔다. 견제하고 조심한 부분은 영화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담아내면서도 이미 기사화된 사건을 거짓말하지 않는 거였다. 예를 들어 중후반부에 김운범 자택 폭파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적으로 본다면 굉장히 센 폭발이 필요하다. 그 사건으로 인해 드라마가 전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기사를 찾아보니 ‘커다란 굉음이 들렸고 크게 파손된 부분은 없었다’고 설명돼 있었다. 큰 폭파 사건으로 하면 팩트에 개입하는 것 같아서 굉음 때문에 유리창에 금이 간 정도로만 표현했는데 연출자 입장에서는 힘들었다. 더 드라마틱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더라.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 부분이 제일 어려웠고 견제했던 부분이다.”

-김운범 역에 꼭 설경구여야 했다고. 
“설경구 선배가 운범 역할을 부담스러워하고, 조금 더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창대 역에 관심이 있었던 걸로 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운범은 창대에게 대상화가 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평면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평평한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배우가 몇 명 없다고 생각했고, 그 중 한 분이 설경구 선배였다. 그래서 꼭 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전작에 이어 ‘킹메이커’, 앞으로 선보일 ‘길복순’까지 설경구와 계속 작품을 하고 있다. 감독에게 설경구라는 배우는 어떤 존재인가. 
“믿음이 가는 배우다. 워낙 여러 편 작업을 하다 보니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고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로 생각하시는데, 그렇진 않다. 주로 일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연출자로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어떤 역할을 맡겨도 믿고 찍을 수 있는 배우다.”

‘킹메이커’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이선균(가운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킹메이커’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이선균(가운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설경구가 이선균을 추천했다고. 감독은 이선균의 어떤 면을 보고 동의했나.  
“언밸런스 해서 좋았다.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이선균 선배는 내게 건강하고 유쾌한 이미지였다. 짜증 부리는 연기를 잘 하는 배우로도 유명하지 않나. 이선균이라는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되게 재밌게 만들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서창대와 다른 결의 인물을 같이 재밌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도 재밌었다.” 

-서창대를 표현함에 있어 이선균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이 인물이 그림자일 수밖에 없는 동기, 그리고 우리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서창대는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운범을 킹으로 만들고 싶어 하고 킹메이커를 자처하면서도 그림자로서 만족하지 못한다. 본인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그런 갈등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변성현 감독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변성현 감독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감독이 아닌 ‘인간 변성현’은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서창대인가 김운범인가.
“김운범 같은 이상향은 갖고 있는데 그렇게 될 수 없는 인물인 것 같다. 김운범 같은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그렇지 못하다는 걸 굉장히 빨리 알았다. 아직도 그 이상을 갖고 있는 것이 그나마 어떤 인간성을 유지해 줄 수 있는 것 같다. 간혹 서창대라는 인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서창대처럼 수단을 가리지 않고 그렇진 않다. 중간지점, 애매한 지점에 있는 사람 같다.”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고 나 역시 존경하는 분이지만, 그분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존경심과 별개로, 그분을 우상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킹’으로 만들려고 하는 ‘메이커’를 통해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옳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옳지 않은 방법도 정당한가에 대한 답을 나 역시 찾지 못했기 때문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평가나 반응이 있다면. 
“‘재밌다’는 말이 제일 듣고 싶다. ‘두 시간이 재밌었다.’ 거기에 덧붙여서 영화가 끝나고도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다. 바로 잊히지 않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