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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질서, 기후위기, 그리고 멸종
[기자수첩] 무질서, 기후위기, 그리고 멸종
  • 박설민 기자
  • 승인 2022.07.15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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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an isolated system, entropy can only increase(고립계에서 ‘엔트로피(Entropy)’는 항상 증가한다).” 열역학 제2법칙

물리학에서 어떤 물체의 열적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인 엔트로피는 일반적으로 ‘무질서도(無秩序度)’를 뜻하는 단어다. 따라서 열역학 제2법칙은 자연 시스템 안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원자를 포함한)들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쪽으로, 즉, 질서가 없는 무작위 상태로 변하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엔트로피는 ‘자연 물질이 변형돼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무더운 여름날 방 안에 아주 큰 얼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얼음은 방 내부의 온도를 아주 미세하게 낮추며 천천히 녹게 될 것이다. 얼음이 녹지 않는 상황은 결코 발생할 수 없으며, 이는 자연의 절대적 법칙이다.

우리 일상생활 모습을 살펴보면 이는 틀린 말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폭염으로 후덥지근한 방 안이라 하더라도 냉장고에 얼음을 넣으면 녹지 않는다. 또한 에어컨을 틀어놓으면 얼음이 녹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엔트로피의 법칙은 항상 가동되고 있다. 에어컨과 냉장고를 사용할 때 전기 에너지를 사용해 온도를 낮춘다. 이때 얼음이 녹으며 무질서도가 증가해야하는 것을 냉장고나 에어컨이 전기 에너지를 사용해 얼음의 엔트로피 증가를 막는다 하더라도 대신 실외기와 모터 등에서 열이 발생하고 외부로 방출함으로써 방이 포함된 건물 전체의 엔트로피는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작은 방의 예시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전체의 시점에서 보자. 우리가 더운 폭염을 피하기 위해 트는 에어컨,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운전하는 자동차,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 가동하는 공장, 그리고 우리가 쓰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 생산까지 모두 지구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문제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 인간이 편리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창조하는 질서들은 지구의 입장에서는 더 큰 ‘무질서’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시원한 방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 이 순간을 위해 발생한 엔트로피는 지구 어딘가에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앞서 엔트로피를 ‘자연 물질이 변형돼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던 것처럼 전기, 자동차, 공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화석연료는 ‘쓸모 있게’ 사용된 후 엔트로피가 증가한 형태인 ‘쓸모없는’ 온실가스의 형태로 변해 지구를 뒤덮었다. 

그리고 이 쓸모없는 에너지의 형태로 변화한 온실가스는 전 세계적인 역대급 폭염과 태풍 발생과 산불의 급증, 기상이변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국지성 호우를 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온의 증가로 빙하가 녹고 해양생물들의 대다수가 멸종위기의 절벽으로 떠밀렸다. 

그동안 우리 인간은 ‘모든 것에는 가격이 붙는다’는 진리를 잊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까지는 다른 생물과 자연환경이 그 대가를 지불해왔다. 하지만 이제 지구는 이제 지구는 우리에게 영수증을 청구하려고 하는 듯하다. 만약 우리가 이를 거부하게 된다면 지구는 이 ‘진상 고객’들을 과감히 내쫓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우리는 ‘멸종’이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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