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사진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전문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모습. / 사진=교육부 제공
역사교과서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사진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전문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모습. / 사진=교육부 제공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6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에 돌입했습니다. 교육부는 기존 행정예고안에서 큰 변화 없이 일부 내용만 수정∙보완하기로 한 가운데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 때문에 다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달 민주주의 용어와 관련해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의 표현을 병기하겠다는 행정예고안을 발표했고, 이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역사학계 등의 거센 반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상과 역사적 맥락에 맞게 행정예고안을 유지하겠다는 주장에 대해 야권은 물론 학계의 반발이 상당한 상황입니다.

교과서 내 이념 논쟁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큰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당시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수립’ ‘6.25 전쟁’ 등의 단어 사용에 논란이 있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2020년부터 적용된 새 검정 역사교과서에 ‘민주주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6.25 전쟁 남침’ 등의 단어로 다시 적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Q.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에 무슨 차이가 있나요?

A.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 민중에게 있고 민중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며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로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정치사회 체제 입니다. 민주주의에는 직접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 경제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정부의 형태로, 우리나라는 헙법에서 민주주의 체제를 선언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수호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헌법 제1장 4조에서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내용에서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수호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뉴라이트 계열에서는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정확하게 구분짓지 않으면 인민민주주의, 민중민주주의 등과 혼용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반 역사학자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제한적이고, 유신헌법에서 등장한 개념일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제(諸) 제도’로 설명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Q. 왜 단어 하나에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나요?

A. 단어만으로 보면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에 큰 차이가 없어보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주의가 곧 자유민주주의처럼 해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술적인 부분을 떠나 현실정치에 도입하면 차이가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정부는 국민 개개인의 평등을 위해 복지를 중요한 정책 과제로 삼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반면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정부는 기회는 공평하게 주되 ‘자유’에 방점을 찍어 그 결과는 개인의 성취로 인정합니다. 이에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시장 원리를 중시해 성장을 촉진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자유’를 강조하며 작은 정부를 표방해왔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부로 볼 수 있습니다.

Q. 야권에서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권의 사관을 학생들에게 강요한다는 비판입니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6일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에 ‘자유민주주의’ 표현 강제 반대 등에 대한 긴급수정안이 제출됐지만, 교육부가 위원들의 표결 요청에 ‘표결 전례가 없다’며 거부했다”며 “지난 회의에서 참석위원 14명 중 13명의 반대에도 ‘자유’를 강요하더니, 재차 문제 제기하는 위원들의 의견을 아예 묵살했다”고 교육부를 비판했습니다.

그는 “교육 철학과 내용까지 강압과 강제로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일방통행이고 통보이고 명령이다. 이럴 바에야 왜 교육과정심의회를 만든 것이냐”며 “대통령의 생각을 우리 아이들의 머릿속에 채워 넣으려는 망상을 당장 버리라”고 일갈했습니다.

지난 5일 오후 개정 교육과정 고시를 앞두고 비공개로 열린 최종 심의회에서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는 ‘자유민주주의 표현 강제 반대’ 등 10개 항목 수정을 요구하는 긴급 안건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교육과정심의회는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표결 의무가 없으며, 과거 심의회에서도 표결을 진행한 전례가 없다”며 표결 요구 자체를 거부하고 기존의 행정예고안을 유지했습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에서 한 시민이 신학기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에서 한 시민이 신학기 교과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Q. 학계에서는 어떻게 반대하나요?

A. 역사교육연구회, 역사교육학회, 역사와교육학회, 웅진사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등 역사교육 5개 학회는 우선 역사과 교육과정 개발 연구진의 의사를 무시하고 교육과정심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논쟁은 과거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와 함께 정치적 갈등을 낳은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할 교육부가 본분을 망각한 채 교육현장을 정치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유민주주주의’가 반공주의적 이념 편향성이 강한, 즉 정치화된 언어로 이해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따라 절차적 정당성도 상실하고, 용어도 부적절하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Q. 정부는 반대 의견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나요?

A. 논란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자유’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스스로 의견을 선회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제가 처음 정치에 발을 딛었을 때의 그 다짐,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지켜나가겠다는 소명을 이 자리에서 다시 새긴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지켜나가겠다는 소명을 받드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Q. 야권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A. 민주당 교육위원회 소속 김영호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반대하고 있고, 이주호 장관에게도 이 논쟁을 키우지 말자고 부탁한 바 있다”며 공청회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야의 분쟁으로 비화되기 보다는 학계의 역사교과서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 의원 또한 “국회차원의 논의보다는 법학자와 역사학자들께서 의견을 모아주시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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