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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제3지대
[사라진 제3지대①] 민생당, 양당제 고착으로 혹독한 겨울나기
2020. 11. 10 by 정호영 기자 sunrise0090@sisaweek.com
이수봉 민생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수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수봉 민생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수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거대양당 체제를 끝내고 다당제 합의정치를 열어가자는 취지의 일명 ‘제3지대’는 21대 총선에서 처참히 무너졌다. ‘다양한 민심 반영’을 취지로 도입한 새 선거법에도 불구하고 양당 체제는 더욱 굳건해졌다는 평가다.

비례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3% 이상 정당 득표율’을 목표로 30여 개 정당이 21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자체 위성정당을 만든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이 비례대표 의석을 휩쓸면서 대다수 정당은 빈손으로 전장을 떠났다. 양당 외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열린민주당, 범야권 국민의당만 3%의 문턱을 넘겼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치명상을 입은 정당은 민생당이다. 전신인 바른미래당 시절 제3 원내 교섭단체로서 양당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왔지만 정작 고질적 계파갈등을 극복하지 못했다. 선거를 앞두고 구(舊) 국민의당계가 3당 합당을 통해 돌파구를 물색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도 4년 전과 달랐다. 민생당은 호남 포함 후보를 낸 모든 지역구에서 패했다. 정당 득표율도 2%대에 그치면서 원외정당이 됐다. 민주당은 호남 싹쓸이를 바탕으로 180석에 육박하는 거여가 됐다. 제3지대를 외쳤던 민생당의 참패가 양당제 고착화는 물론 여당 독주 기반 마련으로 귀결된 점은 아이러니하다.

민생당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제3지대 불씨를 다시 지필 수 있을까.

◇ 언론노출·재정 타격

현재 민생당은 김정화 전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수봉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월부터 약 반년 간 당을 이끌고 있다. 연내 전당대회 및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단기 목표로, 제3지대 재편을 장기 목표로 정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10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제3지대 참패 이유는 분명치 않았던 가치지향과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주체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제3지대에 대해 이론적 철학적 기초를 정립하자는 뜻에서 ‘제3정치경제론’을 준비하고 있고, (제3지대를 이끌) 주체는 연내 발표하고 내년 보궐선거에서 적극 홍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원외정당이 된 뒤 피부로 와닿는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언론 노출빈도 저하와 재정문제 등을 꼽았다.

이 위원장은 “(활동을 해도) 언론 노출이 잘 안 된다”면서 “원내정당일 때는 (보조금 등) 수십억씩 들어왔지만 지금은 가능한 한 활동가형 정당으로 내부를 혁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긴축 재정을 시사했다. 특히 국회 앞 당사는 임대료 부담 및 당세 축소 등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대로 옮겨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제3지대를 담아낼 그릇을 준비하는 것이 민생당의 사명”이라며 “가치와 노선을 중심으로 제3지대가 재편돼야 한다 생각하고 민생당이 그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내훈 민생당 전 대변인도 “3지대 정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들이 아직 민생당에 남아 있다”며 “당 내부 혼란이 아직 가라앉지 않아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안세력으로 실력을 갈고 닦으면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수봉 민생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가진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금융마피아 척결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수봉 민생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가진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금융마피아 척결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지도부-당직자 갈등 심화

민생당이 여전히 제3지대 끈을 놓지 않은 것과 별개로 최근 내부 갈등으로 삐걱거리면서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가 지난 4일 비대위 회의에서 사무처당직자인사위원회 규정 개정에 나서자 당 노동조합이 “인사위 없이 인사발령을 내려는 시도가 당헌당규로 저지되자 당규를 바꿔 지도부 입맛에 맞는 인사위를 구성하려는 꼼수”라며 반발하면서 지도부-당직자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민생당 노조는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충견 인사위로 당직자를 길들이겠다는 것인가”라며 “향후 인사위를 통해 부당한 동기·목적이 담긴 불합리한 인사조치나 당직자 탄압이 이뤄질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적극 대응할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도부가 혼란을 해결하지 못하면 이 당은 지도부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곳간밖에 안 되는 곳이다. 자동소멸단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며 “당을 살려보겠다고 남은 사람들의 희망을 지도부가 꺾고 있으니 절망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도부 무능으로 제3지대 밑그림조차 그리기 힘든 것이 안타깝지만 지금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인사위 갈등 관련, 이수봉 위원장은 통화에서 “원래 3명이 하던 인사위를 5명으로 늘린 건데 객관적 인사를 하자는 취지”라며 “원내대표 추천 조항 등이 있는데 원외정당이라 규정을 바꿔야 한다. 노조추천까지 포함해 인사위 구성 폭을 넓히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 민생당 전직 고위 관계자도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원외정당이 되면서 더 많은 체질개선과 혁신이 필요했는데 과거와 비교해 한 발도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회생이 매우 어렵다고 본다”며 “안타깝지만 민생당은 거의 끝났다는 생각”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제도, 지금처럼 여당이 국회를 쥐락펴락하는 것도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과거 국민의당이 38석이나 얻은 것이 오히려 제3지대에 독이 된 것 아닐까. 지도자 역량에 비해 과분한 의석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민생당도 마찬가지다. 의석도 없는 데다 인재들이 대부분 빠져나가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