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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겨울’
[예술가의 ‘겨울’③] 예술 경시풍토 쇄신 과제
2020. 11. 26 by 권신구 기자 sgkwon28@sisaweek.com

무한 경쟁 사회에서 예술은 하나의 숨구멍이 돼 왔다. 많은 이들은 책과 음악, 공연과 전시를 통해 일상의 지루함을 달래기도 한다. 예술인의 화려한 이면에는 하나의 작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치열한 삶이 있다. 그러나 쉽지 않다. ′예술은 배고프다′는 인식은 예술계를 움츠려들게 만든다. 어떻게 하면 예술인들이 살만한 세상이 될 수 있을까. <시사위크>는 코로나19를 맞이한 예술계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현업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은 우리 사회의 예술에 대한 존중이 결여돼 있다는 점에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뮤지컬 ′듀엣′의 한 장면.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 개인이 예술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연 1,281만원으로 나타났다. 매달 1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벌지 못하는 예술인은 전체의 72.2%였다. 전체 예술인의 10명 중 7명은 여전히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소리다.

그러나 이같은 지표는 ′표면′에 불과하다. 예술인들은 한 목소리로 예술과 예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편견이 깨지지 않는 이상 예술계의 어려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예술 경시 풍토’ 바뀌어야

무엇보다 예술인을 ‘쉽게 보는’ 인식은 예술인들을 힘 빠지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밴드 만쥬한봉지로 활동하고 있는 최용수씨는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예술가라고 하면) 놀고먹는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통 나이 든 분들을 만나면 대뜸 ‘얼마나 버냐’고 묻는다”며 “개인적인 소원은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보다 두 배는 더 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예술인들의 활동이 평가 절하가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예술을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현실 때문이다. 특히 예술인에게 ‘재능기부’ 등을 강요하는 모습은 예술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일례다.

한국화가로 활동 중인 장은우 동덕여대 겸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우리 사회에서는 ‘재능기부’와 같은 것을 너무 함부로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며 “(재능기부가) 좋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작가의 시간과 돈, 노력 등을 함부로 쓰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곧 적절한 예술에 대한 보상을 저해해 건전한 창작환경을 조성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2018년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경력이 단절된 가장 큰 이유는 ‘예술 활동 수입 부족(68.2%)’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인정해 주지 않는 환경에서는 ‘좋은 예술’이 나올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경미 문화예술노동연대 사무국장은 “예술 활동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고 있어도 아주 턱없이 낮은 것이 문제”라며 “미술작가들의 경우 전시를 하게 되면 전시 참가에 대한 보상을 반드시 해야 하고, 전 분야를 대상으로 연습 기간이나 준비 기간 등을 보상 범주에 포함 시키는 등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예술인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위한 ′예술인 권리보장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이번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뉴시스

◇ 예술인 권리 보장을 위한 노력

예술인과 예술 활동을 경시하는 풍토는 비단 ‘생계’에만 국한돼 있지는 않다. 이른바 ‘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과 ‘예술계 미투(Metoo) 사태’ 등은 우리 사회의 예술 경시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단면이다.

이같은 사태는 예술인들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촉발했다. 정치권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예술인 권리보장법(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이 그것이다. 예술인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성차별 등 문제를 제거해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오랜 시간 화두였던 예술인 ‘근로자 의제’도 포함됐다. 그간 예술인들은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근로 조건은 물론, 부당한 대우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방법이 없었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예술인의 활동을 일종의 ‘노동’으로 인정하고, 예술가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했다. 예술인들이 스스로 조합을 결성해 불편·부당한 일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예술인소셜유니온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예술인 복지법으로 풀리기 어려웠던 문제를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포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여부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본회의 문턱에서 좌절됐다. 21대 국회 들어와서 법안은 다시 발의됐고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예술계는 물론 정치권 내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법안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법안은 현재)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이 됐고 법안소위로 넘어간 상황”이라며 “20대 때는 블랙리스트 사태 등 민감한 사안 때문에 안 됐지만, 예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는 취지이기에 반드시 통과돼야 할 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