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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규의 아이러브스포츠
키움 히어로즈에 없는 것, 그들의 ‘영웅’
2021. 01. 15 by 김선규 기자 swsk1209@hanmail.net
이택근은 키움 히어로즈의 첫 영구결번 후보로 거론됐으나, 공식 은퇴식조차 없었다. /뉴시스
이택근은 키움 히어로즈의 첫 영구결번 후보로 거론됐으나, 공식 은퇴식조차 없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논란과 잡음, 특히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끊이지 않지만 키움 히어로즈는 많은 것을 가졌다. 역대 가장 큰 돈을 받고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타자 김하성을 배출했고, 그의 뒤를 이을 또 다른 전설 ‘바람의 손자’ 이정후를 품고 있다. 또한 KBO리그 최고의 강속구 마무리투수 조상우는 물론 ‘괴물 신인’이란 평가를 받는 장재영도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다. 젊고 유능한 선수가 많기로는 남부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엔 없는 것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에겐 진정한 ‘영웅’이 없다. 

프로스포츠 구단에게 있어 소위 ‘레전드’라 불리는 존재는 무척 소중하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구단의 상징이자, 골수팬을 만드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 구단에서 레전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조건은 무척 까다롭다. 우선, 선수가 오랜 세월 꾸준한 활약을 펼쳐야 하고, 구단과의 동행이 원만하게 이어져야 한다. 여기에 스토리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이러한 조건이 모두 충족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전체 프로야구 선수 중 레전드급 활약을 남기는 선수는 극히 일부다. 한 구단에 쭉 머무는 것 역시 변수가 많다. 특히 선수가 FA자격을 얻거나 황혼기에 접어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KBO리그 구단 중 역사가 오래된 7개 구단은 모두 내세울만한 레전드가 존재한다. 역사가 짧은 KT 위즈와 NC 다이노스도 이미 레전드가 존재하거나 향후 레전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가 존재한다. 반면, 현대 유니콘스를 전신으로 2008년 재창단한 키움 히어로즈에겐 유독 영원한 영웅으로 기억될 선수가 없다. 

이택근은 키움 히어로즈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팀 사정이 어려웠던 초기부터 강팀으로 도약한 시기까지 오랜 세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후배 폭행 논란으로 오점을 남기기도 했지만, 대체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트레이드를 통해 LG 트윈스로 잠시 이적했다가 FA로 돌아온 스토리까지 갖고 있다. 구단 역사상 첫 영구결번의 주인공으로 유력하게 여겨졌던 이유다.

하지만 이택근은 별다른 공식 은퇴식 없이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오히려 구단의 부당한 행태를 고발하며 대립각을 세웠고, 그 결과 상당한 파문과 함께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이 징계를 받았다. 구단과 껄끄럽게 관계를 마무리하면서 이택근은 레전드 대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그리 많지 않은 키움 히어로즈의 골수팬들은 그렇게 영웅 하나를 잃었다. 

키움 히어로즈가 강팀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팬들에게 감동과 추억을 선물했던 선수들도 대부분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다. 키움 히어로즈 출신 첫 메이저리거였던 강정호는 음주운전으로 몰락했고, 유한준·손승락·김민성 등은 모두 FA자격을 취득하면서 작별했다. 최근엔 10년 넘게 동행해온 투수 김상수도 FA자격을 취득하면서 팀을 떠나게 됐다. 키움 히어로즈는 이들을 잡는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물론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과거의 정에만 이끌려 갈 수는 없다. 키움 히어로즈가 핵심선수들을 떠나보내고도 새로운 얼굴들을 통해 더욱 탄탄한 팀으로 발전한 것 또한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덧 14년이란 짧지 않은 역사를 쌓아온 키움 히어로즈에겐 그 시간을 상징할 존재도 필요하다. 

아직 유력한 후보는 남아있다. 서건창과 박병호다. 최근 다소 주춤한 측면도 있지만, 이들은 화려한 족적을 남겨온 정상급 선수들이다. 또한 팀을 한 단계 도약시킨 주역이자, 드라마 같은 스토리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영웅군단의 레전드로 남을지 역시 미지수다. 두 선수 모두 2021년 시즌을 마친 뒤 FA자격을 얻는데, 벌써부터 이적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건창의 경우 올해 연봉이 전년 대비 1억2,500만원 삭감됐는데, 선수 본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FA 이적이 더욱 용이해졌음을 의미하며, 야구계에서는 서건창이 사실상 이적선언을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20억원의 고액연봉을 받던 박병호 역시 올해 연봉이 5억원이 깎였다. 박병호는 두 번째 FA자격 취득이어서 애초에 이적이 더 쉬운 상황이다.

만약 서건창과 박병호 모두 팀을 떠난다면, 키움 히어로즈의 다음 레전드 후보는 다시 오랜 기다림을 거쳐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과 이정후, 조상우 등 뛰어난 선수들은 존재하지만 이들에겐 아직 너무 많은 시간과 변수가 남아있다.

키움 히어로즈는 10개 구단 중 팬층이 가장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프로스포츠는 팬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팬은 단순히 야구를 잘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우리 팀’, ‘우리 선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진정한 영웅을 키우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키움 히어로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