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0 07:55
윤석열 ‘사표’로 재보선과 대선 정국 흔들
윤석열 ‘사표’로 재보선과 대선 정국 흔들
  • 김희원 기자
  • 승인 2021.03.04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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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여권의 사퇴 압박에도 꿈쩍하지 않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당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문제를 고리로 검찰총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지난 2019년 7월 취임한 윤 총장의 임기는 당초 7월 24일까지였다. 임기가 약 4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의 일환으로 중수청 설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검찰 해체”, “헌법 정신 파괴”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3일에는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윤 총장은 중수청 추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지 3일만에 총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 총장은 4일 오후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고 밝혔다.

이어 윤 총장은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정계 진출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날 한 언론은 윤 총장이 지난 3일 “내가 총장직을 지키고 있어서 중수청을 도입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리려고 하는 것 같다”며 “내가 그만둬야 멈추는 것 아니냐”라고 주변에 사의 표명 의사를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윤 총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향후 그가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윤 총장이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향후 그가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뉴시스

◇ 윤석열, 4월 재보선 이전 사퇴한 이유

지난해 연말 징계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내면서까지 임기를 완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던 윤 총장이 중수청 설치 문제를 명분으로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데는 중수청 문제를 고리로 여권에 대한 거부감을 고조시키는 여론전을 펼치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또 야권에 유리한 형국을 형성시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데 도움을 받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대선주자들은 중요한 선거에 관여하면서 영향력도 확대하고 대중성도 키우고, 지지기반을 넓히는 과정을 선호해왔다”며 “그런 측면에서 윤 총장이 대권 가도로 가기 위한 중요한 주춧돌로 4월 재보궐선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정국을 흔든 ‘윤석열 사태’가 재연되면서 재보선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장 여당에서는 ‘기획 사퇴’라는 강한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직무정지도 거부하면서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 갑자기 임기만료를 고작 4개월여 앞두고 사퇴하겠다는 것은 철저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로 봐야 한다”며 “피해자 코스프레임과 동시에 이슈를 집중시켜 4월 보궐선거를 자신들 유리한 쪽으로 끌어가려는 ‘야당발(發) 기획 사퇴’를 충분히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어제 대구에 방문했을 때, 국민의힘 소속 광역시장이 직접 나와 영접을 하고 지지자들 불러모아 ‘대선 출마 리허설’을 했던 것도 이제 와 보면 다 철저한 계획하에 이뤄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이제 그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윤 총장이 당장 정치 참여 선언을 하지 않고 4월 재보선 결과를 관망한 후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창석 시사평론가는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윤 총장이 4월 재보선이 끝날 때까지는 당장 정당에 입당해서 정치인으로서 활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재보선에서 특정 정당을 돕지는 않더라도 검찰총장 재임 기간 핍박 받았던 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다든지 야당에게 도움이 되는 형태의 활동은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 총장의 사퇴는 4월 재보선 판세는 물론이고 내년 대선 정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이후 야권 정계개편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윤 총장이 향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에 출마할 것인지, 아니면 제3지대에서 야권 정계개편의 중심 축 역할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이 재보선 결과를 지켜보고 난 뒤에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며 “제3지대에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과 토대를 만든 이후에 원심력을 이용해서 야권을 재편하면서 대선후보로 떠오르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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