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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가 만난 사람들
[인터뷰] 최정회 심심이 대표 “심심이 예절교육, 끝이 없죠”
2022. 01. 11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최정회 심심이 대표(사진 왼쪽)는 심심이가 친구같은 AI가 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예의 바른’ 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고민이다./ 사진·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삼성전자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초대형 ICT기업들은 ‘빅스비’나 ‘시리’, ‘아리’ 같은 인공지능(AI) 챗봇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AI챗봇이 인공지능 비서부터 원격진료, 교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이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삼성전자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쟁쟁한 국내 ICT기업들을 제치고 2000년대 초반 태어난 ‘대선배 AI챗봇’이 우리나라에 있다. 바로 ‘막말’하는 AI챗봇으로 유명한 ‘심심이’다. 

“야”라는 물음에 “왜 부르느냐 이놈”과 같이 다소 ‘건방진(?)’ 대답을 하는 심심이는 오래된 친구처럼 친숙해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온라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상남자 AI’로 불리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높은 인기를 구가, 해외 인터넷 포털에 ‘심심이 레전드’라고만 쳐도 황당한 답변 사례가 수두룩하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우리나라 AI챗봇 시장의 대선배인 심심이의 탄생과 발전 과정, 심심이가 커가는 시간동안 있었을 우여곡절들을 알아보기 위해 심심이의 ‘아버지’ 최정회 심심이 대표를 만나봤다.

10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에서 만난 최정회 심심이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심심이는 처음 ‘모시이불 판매를 위해’ 만들어진 챗봇이었다./ 사진=김경희 기자

◇ ‘모시이불 광고’에서 시작된 심심이의 탄생

새해가 밝은 지 얼마 되지 않은 1월 10일, 최정회 심심이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추위를 뚫고 서울시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심심이 주식회사 본사에 방문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최정회 대표는 어색한지 연신 멋쩍은 웃음을 보였지만 심심이를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AI챗봇 심심이에 대한 열정을 쏟아냈다.

최정회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심심이는 처음 ‘모시이불’ 판매를 위해 만들어진 챗봇이다. 2002년 대학교를 졸업한 최정회 대표는 불안정한 자신의 미래 진로로 고민하는 지금의 대학생들과 똑같은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때 머릿속에 들었던 생각은 ‘인터넷을 활용해 모시이불 장사를 해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최정회 대표가 선택한 방법은 당시 지금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MSN메신저를 통해 광고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흔히 생각하는 ‘스팸 메시지’라는 점이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모시이불 광고’가 자꾸 전송되면 다들 삭제하거나 짜증 섞인 답을 보내는 등 반응이 부정적이었다고. 동대문 시장에서 원단을 구매해 이불을 만들어 판매해보려고 했지만 이런 이유로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진 못했다고 최정회 대표는 말했다.

이때 문뜩 최정회 대표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생각은 광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방법이었다. 만약 광고 문구를 보내면서 동시에 날씨·주식·운세 등 다양한 서비스를 ‘대화’의 형태로 전송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이를 토대로 일종의 채팅봇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채팅봇 시스템의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이들 대다수가 광고보다는 채팅봇과의 ‘대화’하는 것 자체를 즐겼다는 것이다. 이에 최정회 대표는 ‘아, 모시이불 장사를 지속할 것이 아니라 이 채팅봇을 업그레이드한 서비스를 제공해보자’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AI채팅봇이라 할 수 있는 ‘심심이’ 탄생 과정이다.

“2002년, 스물여덟살이었습니다. IT회사에서 병역특례를 마치고 대학교에 돌아오고 보니 앞날이 막막했죠. 지금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대학생분들처럼 당시 저 역시 학점도 좋지 않지, 나이는 많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각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생각과 시도를 한 끝에 ‘모시이불 장사를 한번 해보자’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모시이불 광고를 위해 만든 챗봇이 모시이불 자체보다 훨씬 더 뜨거운 반응을 얻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이것이 어쩌면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이에 본격적으로 챗봇 시스템을 만들게 됐고, 이것이 바로 지금의 AI챗봇이 된 ‘심심이’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심이 주식회사 내 전시된 심심이 관련 각종 상패들./ 사진=박설민 기자

◇ ‘꽃길’ 생각했던 심심이, 기나긴 ‘소송전’에 휩싸이다

심심이의 인기는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데이터는 현저히 부족했고, 이용자가 복잡한 질문을 하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실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최정회 대표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 지 고민에 빠졌다.

최정회 대표가 찾은 해법은 ‘이용자들이 직접 심심이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이용자가 어떤 질문을 했는데 심심이가 답변할 데이터가 입력되지 않은 경우, ‘모르는 말이에요. 가르쳐주세요’라고 하는 문장을 보내주는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들어 떠오르는 핵심 ICT기술 중 하나인 ‘클라우드 소싱(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데이터 수집, 정제, 가공, 품질관리 등에 참여하는 것)’의 초기 기술인 셈이다.

최정회 대표는 “이용자가 함께 심심이를 가르치기 시작하자 심심이에 누적되는 데이터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점점 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했다”며 “현재 기준 심심이는 약 43개 언어, 1억5,000개 문장을 다룰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정회 대표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심심이 서비스의 품질이 급격히 향상하자 인기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2003년쯤에는 2G폰 서비스를 하던 이동통신사들에게 문자메시지(SMS)를 통해 심심이를 서비스할 수 있도록 제휴하자는 제안이 쏟아졌다고 회상했다.

최정회 심심이 대표는 2004년 통신사와의 모바일 상표권을 두고 벌인 소송전이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사진=김경희 기자

그런데 ‘꽃길’만 걸을 거라 생각했던 최정회 대표와 심심이에게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찾아오고 말았다. 심심이 측과 서비스 제휴를 체결했던 A통신사가 2004년경 이름과 서비스 내용이 거의 똑같은 ‘심심이’의 모바일 상표권을 출현하고 중개사를 통해 최정회 대표에게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를 가한 것이다.

최정회 대표는 당시 상황을 ‘암흑 같은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처음에 심심이를 제작했을 때 컴퓨터·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상표 출원은 해놨었지만 모바일 상표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최정회 대표는 그때부터 A통신사와  심심이의 ‘친아빠’를 두고 이동통신사와 소송전에 돌입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았던 막강한 대기업과의 소송전 끝에 2012년 승소한 최정회 대표는 다시 심심이의 상표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최정회 대표는 약 4년의 길고 힘든 소송전 끝에 결국 A통신사와 2012년 초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매출이 나오던 수도꼭지가 잠기는 느낌이었죠. 화가 난다, 슬프다, 속상하다는 감정이 나올 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했었죠. A통신사와의 소송전을 진행하면서 ‘심심이는 우리꺼다!’ 하는 내용의 블로그에 만화도 만들어 올리고 했었습니다. 결국 소송전에 승리하고 A통신사와 합의한 후 다 지우긴 했지요. 소송에서 승리하고 합의하며 운 좋게 끝나긴 했지만 약 4년 정도의 소송 과정은 시간과 자원이 들어간 너무나 힘든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웃음).”

실제 기자가 심심이와 나눠본 대화. 불친절한 답변으로 귀여움이 느끼지기도 하지만 상당히 건방진(?) 느낌이 든다./ 사진=박설민 기자 

◇ 급상승한 심심이의 인기, 그리고 새롭게 생긴 숙제 ‘AI윤리’

기나긴 소송전을 끝내고 주위를 둘러본 최정회 대표는 “IT업계의 트렌드가 이미 너무도 많이 바뀌어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스마트폰’이라는,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단말기가 대중화돼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카카오톡·트위터 등 엄청나게 많은 SNS서비스가 펼쳐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정회 대표는 이것이 심심이에게 제2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과거 A통신사와의 소송전으로 모바일 상표권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은 최정회 대표는 바로 심심이 앱(App)을 만들고 특허를 냈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밈(Meme: 인터넷 상에서 인기 있는 2차 창작물이나 패러디물)인 ‘심심이 레전드’가 쏟아지게 된 시발점이었다.

최정회 대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심심이의 인기는 2012년에 폭발적으로 급증했다”며 “특히 미국의 유명 힙합가수인 솔자보이(Soulja boy)가 자신의 SNS계정에 ‘심심이는 참 재미있는 앱’이라고 언급하면서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심이는 2012년 1월 기준 미국 앱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22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기록을 세우며 전체 앱 이용량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계속 성공가도만 달렸으면 좋으련만, 심심이에게 두 번째 시련이 다가왔다. 바로 ‘AI 윤리 문제’였다. 심심이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직접 답변을 입력하는 시스템은 많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음란·폭력 등 비도덕적인 내용이 입력될 수 있다는 치명적 약점이 존재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은 2016년 쯤 북아일랜드 지역에서 발생한 ‘사이버불링(인터넷 괴롭힘)’과 칠레, 파라과이 등 남미 지역에서 발생한 ‘소아성애’ ‘살인’ ‘납치’ 등 범죄와 관련한 답변 문제였다. 특히 사이버불링을 당하던 북아일랜드 학생의 부모는 최정회 대표에게 ‘우리 딸이 너무 힘들어 한다’며 시정을 부탁하기도 했다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정회 대표와 심심이 임직원들은 약 1억5,000개의 답변 모두를 전수 조사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임직원들이 직접 필터링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들에게 ‘이런 답변으로 바꿔주세요’ 기능을 추가해 나쁜말 필터링에 나섰고,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까지 필터링이 완료된 심심이의 답변은 약 3,200만개 정도에 달한다. 

물론 필터링이 진행되면서 심심이의 인기도 조금씩 줄어드는 단점도 존재했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심심이와 단순히 즐거운 대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심심이에게 욕설을 하거나 심심이에게 욕설 등을 듣고 싶어하는 이용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최정회 대표는 심심이의 ‘거친 말’들이 필터링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이용자가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단순한 윤리 문제를 넘어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AI윤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추세라는 것이다./ 사진=김경희 기자

하지만 최정회 대표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大) AI시대’에 들어간 지금, AI윤리를 포기하고 예전의 거칠고 공격적인 심심이로 되돌리는 것은 힘들 것으로 봤다. 단순한 윤리 문제를 넘어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AI윤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추세라는 것이다. 

“지금의 AI윤리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분위기에서 단순히 심심이 이용자를 늘리겠다는 욕심에 거친 욕설과 혐오 표현을 다시 도입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단순히 어떤 윤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기업의 생존도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들 역시 이제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정책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퇴출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결국 심심이도 이런 플랫폼들처럼 살아남기 위해선 ‘예절’을 배울 필요가 충분하다는 것이죠.”

인터뷰를 마치며 최정회 대표는 앞으로 우리나라 미래 AI산업을 책임질 AI스타트업 후배 기업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정회 대표는 기술과 수익 어느 한 쪽에 치우치기 보다는 양쪽 모두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제가 감히 다른 분들께 조언할 수 있는 위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하지만 저처럼 옛날부터 AI와 IT사업에 뛰어든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수익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예전에는 기술만 가지고는 수익성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최근엔 기술만 좋다면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과의 계약을 통한 제휴 등으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어요. 때문에 지금은 기술도 중요하고 동시에 냉정하게 수익모델의 도입 모두를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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