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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드라이빙’
[민기자의 ‘드라이빙’] 토요타 GR86, 수동의 즐거움을 전해주는 ‘기계’
2022. 05. 20 by 제갈민 기자 min-jegal@sisaweek.com
/ 인제=제갈민 기자
토요타가 최근 3세대 86 ‘GR86’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고 인제 스피디움에서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 인제=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인제=제갈민 기자  토요타가 10년 만에 3세대 86 모델 ‘GR86’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86은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인기 모델 중 하나로 꼽힌다. 1세대 86으로 불리는 AE86(4세대 코롤라 TE71)은 ‘이니셜 D’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국내에 알려졌는데, 현재까지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와인딩에 최적화된 자동차라고 평가 받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토요타 GR86도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한 경량 후륜구동 스포츠카다. 3세대 모델은 2세대에 비해 성능을 끌어올리고, 운전의 즐거움을 살린 모델임에도 합리적인 가격 책정으로 이미 초도물량이 완판 될 정도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관심이 뜨겁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 18일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GR86 시승행사를 개최해 트랙 주행과 짐카나, 드리프트 동승 체험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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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GR86 엔진룸에는 2.4ℓ 수평대향엔진이 탑재돼 일반적인 차량의 엔진룸과는 약간 차이를 보인다. / 인제=제갈민 기자

◇ 박서엔진·수동 변속기·후륜구동 조합… 펀카 요소 다 갖췄다

토요타에서 내놓은 86 모델은 과거부터 전자기기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운전자가 차량과 동화돼 보다 역동적이고 즐거운 드라이빙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 18일 경험한 GR86 역시 이러한 점이 그대로 살아있다.

GR86은 아담한 크기의 차체와 유려한 라인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2인승 스포츠카로 개발된 만큼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돼 유선형의 차체가 돋보인다. 전면부의 공기흡입구 라디에이터그릴은 직전 모델 대비 더 커졌다. 엔진의 사이즈를 키운 만큼 냉각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탑재된 엔진은 2.4ℓ 수평대향엔진으로, 흔히 박서엔진이라 불린다. 일반적인 직렬 구조나 V형 엔진과 달리 피스톤이 좌우 수평으로 배치돼 저중심 설계가 가능해 보다 날렵한 주행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여기에 수동 6단 변속기를 맞물렸으며, 후륜구동 설계를 통해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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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86 운전석에서 바라본 차량 실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 인제=제갈민 기자

◇ 전자기기 개입 최소화, 운전자 원하는 대로 조작 가능

실내는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를 적용해 조작이 간편하며 직관적이다. 전자장비로는 애플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오토와 후방카메라, 크루즈컨트롤,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ESC 또는 TCS) 정도가 고작이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에 수십가지 전자장비가 탑재되는 것과는 상당히 대비된다. 전자장비 탑재를 최소화하면 부품을 적게 탑재할 수 있어 조금이나마 무게를 더 줄일 수 있고, 전자장비의 오류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차량은 주행 시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번 GR86 시승행사에서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자동변속기와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긴급제동, ESC·TCS 등 다양한 전자장비가 탑재된 차량을 이용하면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트랙 주행을 하는 과정에 일부 참가자는 출발 시 시동을 꺼트리는 상황을 종종 연출했다. 본 기자도 익숙하지 않은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GR86의 시동을 한 차례 꺼트렸다. 출발에만 성공하면 이후에는 시동을 꺼트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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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86은 전자장비 탑재를 최소화했다. 그나마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미러링 기능과 크루즈컨트롤 정도가 편의 사양이다. 시트에는 통풍시트도 탑재되지 않았으며, 열선 기능만 장착됐다. / 인제=제갈민 기자

단 자동변속기 차량들과 달리 기어를 변속하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직접 클러치 페달을 밟고 기어를 조작하면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점은 일장일단이 분명하다. 운전을 즐겁게 느끼는 이들은 여전히 수동변속기에 대해 로망이 있다. 수동변속기는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차량과 달리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엔진의 출력을 조절하면서 직접 제어를 할 수 있어 차량과 한 몸이 되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동변속기 중에서도 패들시프트가 존재하는 차량은 기어를 임의로 수동 조작이 가능하지만, 결국에는 변속 타이밍에 운전자가 변속을 하지 않고 주행을 이어가면 차량이 스스로 시프트업이나 시프트다운을 강제한다. 토요타 GR86은 이러한 개입도 전혀 없는 차량이라 운전자가 엔진을 고회전 영역까지 사용하고 싶다면 저단기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저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출력과 토크, 그리고 배기음과 엔진음을 날 것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기어를 직접 변속하는 재미는 그간 자동변속기 차량들에서는 느껴보기 힘든 점으로, 기어를 변속할 때마다 체결되는 느낌과 소리, 그리고 클러치 페달에서 발을 떼면서 가속페달을 밟을 때의 조작감은 진짜 ‘기계’를 직접 조작하고 있다는 생동감이 일품이다.

드리프트는 차량을 고의적으로 미끄러트리면서 주행하는 기술로, 안전을 위해 동승 체험으로 대체됐다. 드리프트 동승 체엄에서는 드리프트 주행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과 어떻게 조작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GR86의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 인제=제갈민 기자
GR86 드리프트 동승 체험 모습. / 인제=제갈민 기자

먼저 드리프트를 하기 위해서는 GR86의 기어노브 후방에 위치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 버튼을 길게 눌러 차체 제어를 완전히 끈다. 이후 정지상태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스티어링휠을 끝까지 돌린 후 클러치를 밟은 채로 기어를 1단에 체결하고, 가속페달을 밟아 1분당 엔진회전수(RPM)를 4,000rpm 정도까지 올려 유지하면서 클러치를 밟고 있는 왼발을 떼면 미끄러지면서 180° 선회가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선회를 시작한 후 가속페달을 계속 밟으면서 스티어링휠을 조향하면 어렵지 않게 드리프트를 할 수 있다.

GR86이 이러한 드리프트 주행이 가능한 것은 수동변속기를 탑재했으면서 후륜구동 방식이기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으면 뒷바퀴에만 출력이 전달되고, 앞바퀴는 온전히 방향을 조작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또 위험해보일 수 있는 드리프트 주행을 하면서도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차량의 무게 중심이 낮으면서, 차체 무게가 가볍고, 최고 출력이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GR86은 2세대 86 대비 배기량을 389㏄ 높인 2,387㏄ 박서엔진을 탑재해 고회전 영역의 가속력과 응답성을 개선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31마력, 25.5㎏·m/3,700RPM으로, 전 모델 대비 24마력과 3.9㎏·m 증가했다. 부담스럽지 않은 출력에 후륜구동과 수동변속기의 조합 덕분에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조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이어 진행되는 짐카나 주행에서 TCS를 끄고 러버콘(고깔모양 고무장애물) 사이를 ‘8’과 ‘6’을 그리듯이 주행을 하는 과정에서 잠시나마 드리프트를 경험해볼 수도 있었다.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스티어링휠을 약간만 조작하면 차체를 제대로 잡고 정상적인 주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이 쉽다.

운전을 하면서 차량을 하나부터 열까지 조작하는 아날로그 감성과 기계식 기어 체결 느낌을 한 번 정도 느껴보고 싶다면 제격인 차량이다. 국내 시장 출시 가격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4,000만원대 초반부터 중후반 정도에 가격이 책정됐는데, 이 가격에 경량 후륜구동 스포츠카는 찾아볼 수 없다. 2인승 스포츠카라서 실용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특색이 명확한 만큼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 인제=제갈민 기자
GR86(검정색)은 기계라는 느낌이 강하게 와닿는 차량으로, 최근 줄줄이 출시되는 다른 신차들과 달리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하다. 앞쪽에 자리한 노란색 차량은 토요타 GR수프라 모델로, 인스트럭터가 탑승해 대열을 이끌었다. / 인제=제갈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