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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헤어질 결심] 소문대로 순하고, 기대보다 짙다 
2022. 06. 2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CJ ENM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 분)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와 마주하게 된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한다.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아가씨’(2016)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인밀의 내밀한 감정에 집중해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는 ‘헤어질 결심’. /CJ ENM
인밀의 내밀한 감정에 집중해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는 ‘헤어질 결심’. /CJ ENM

소문대로 순하고, 기대보다 짙다. 파격과 금기를 넘나드는 강렬한 소재와 과감한 표현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온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통해서는 전작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매료한다.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묘사는 덜어내고 인물의 내밀한 감정에 집중했는데, 담백하고 순한 맛임에도 그 어떤 멜로보다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린다. 

수사극과 멜로극의 신선한 결합은 이 영화만의 독특한 색깔을 완성한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 과정의 긴장 가운데 서로에게 호기심과 의외의 동질감을 느끼는 해준과 서래의 모습이 서스펜스와 멜로를 넘나들며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모든 수사 과정이 남녀 간 연애 과정으로 치환되며 긴장감과 설렘을 모두 선사한다. 여기에 적절한 유머와 감각적인 미장센이 더해져 리드미컬한 무드를 만들어낸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탕웨이(왼쪽)와 박해일. /CJ ENM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탕웨이(왼쪽)와 박해일. /CJ ENM

캐릭터들의 매력도 흘러넘친다. 예의 바르고 청결한 형사 해준과 꼿꼿하고 침착한 변사자의 아내 서래는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묘한 매력으로 마음을 흔든다. 특히 서래를 외국인으로 설정한 것은 ‘신의 한 수’다. 무엇이 진실이고 진심인지 정답을 내릴 수 없게 만드는 서래의 미스터리한 매력을 배가한다. 또 서툰 한국어로 내뱉는 그의 모든 말들은 가슴에 콕 하고 박혀 곱씹고 또 곱씹게 한다. 

서래는 탕웨이가 아니면 완전할 수 없다. 스크린 속 탕웨이는 사랑스럽게, 섬뜩하게, 때로는 아프게 서래 그 자체로 존재한다. 섬세한 눈빛과 표정,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매력을 보여준다. 박해일도 좋다. 특유의 담백하고 부드러운 매력으로 서래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을 훔친다. 여기에 이정현‧박용우‧고경표‧김신영부터 반가운 카메오까지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은 은근하고 미묘하게, 관객이 스스로 다가와서 관심을 갖고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영화”라고 이야기했다. 러닝타임 138분, 오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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