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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송강호의 철학
2022. 06. 28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한국배우로는 최초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 /써브라임
한국배우로는 최초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 /써브라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칸 수상 이전과 이후 송강호는 전혀 달라질 게 없다. 똑같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것이 의미 있는 게 아닐까.”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한국배우로는 처음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는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또 하나 추가했지만,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더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주어진 몫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대중이 ‘송강호’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신뢰를 보내는 이유다. 

송강호는 자신에게 생애 첫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관객과 만나고 있다. ‘브로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첫 한국작품인 이 영화에서 송강호는 베이비 박스에 놓인 아기의 새 부모를 찾기 위한 거래를 계획하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을 연기했다. 상현은 아기의 새 부모를 찾기 위한 특별한 거래를 계획하고, 거래 불발이라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의 연속에도 유연하게 위기를 모면하며 여정을 이끄는 인물이다.

“송강호가 ‘브로커’의 출발점이었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말처럼, 송강호는 특유의 자연스럽고 섬세한 연기로 상현 그 자체로 존재하며 극을 이끌었다. 어딘가 허술하면서도 소탈한 인간미가 살아있는, 선인지 악인지 모호한 경계에 선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관객의 마음을 빼앗는다. 

송강호는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칸영화제 수상 소감부터 ‘브로커’ 촬영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긴 레이스를 달리는 마라토너와 같다”면서 배우 생활을 되돌아본 그는 “관객과의 소통이 가장 큰 목표”라는 철학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 /써브라임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 /써브라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정말 축하한다. 기분이 어떤가.  
“감사하다. 내가 잘해서 받았다기보다,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모든 분들이 훌륭하게 최선을 다해줬기 때문에 칸영화제에도 갈 수 있었고, 영광스럽게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영화라는 것은 많은 요소들이 뭉쳐 한 작품이 되는 작업이다. 나뿐만 아니라 강동원‧배두나‧이지은‧이주영부터 특별출연한 송새벽‧김새벽‧김선영‧이동휘 등과 아기 역을 맡은 배우, 단역 하나하나 모든 배우들의 땀방울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된 것이고, 최고의 스태프들이 받쳐줬다.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영광을 같이 나누고 싶다.”

-앞서 이지은이 칸영화제 방문 당시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영화제 경험이 많은 송강호를 의지했다고 했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겠다.    
“그저 든든한 선배이길 바랐다. 부담감보다. 이끌어주고 그런 것보다 든든한 사람이 앞에 서있으면 조금 편하게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정도로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영화제라는 것이 축제라는 거다. 특히 칸영화제는 세계 최고의 영화제이고 세계 최고가 모이는 곳이니 그 자체로도 설렌다. 즐겁고, 영광스럽고, 그런 설렘을 잘 즐기자는 이야기를 수시로 했던 것 같다. 스스로도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었고, 후배들도 그렇게 생각하길 바랐다. 그래야 정말 추억이 되고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편하게 즐기길 바랐다.” 

-‘기생충’ 당시 유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꼽혔으나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불발됐다. 이번에도 수상을 하지 못했다면 섭섭했을까. 이번 수상이 배우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았나.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다.(웃음) 단지 폐막식 참여하라고 해서 기뻤다. 폐막식에 참석하면 어떤 상이든 받는 것이니, 그냥 가는 것보다 참석하는 게 좋잖나. 그래서 기분이 좋았고, 만약 수상을 못하고 돌아왔어도 달라질 건 없다. 최고의 영화제에 소개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빈말이 아니라, 출품과 수상을 위해 연기하거나 연출하는 배우,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번 수상이 영광스럽고 기쁘고 잊지 못할 순간이었지만, 의미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관객과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 속에 칸영화제가 있고 수상이 있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순 없다. 그 과정을 넘어 관객과의 만남이 중요한 거다. 그 가운데 의미를 찾으면 될 것 같다. 칸 수상 이전과 이후의 송강호는 전혀 달라질 게 없다. 똑같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게 의미가 있다.”

-‘기생충’ 황금종려상과 이번 수상을 충무로 대표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본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칸이라는 세계무대에 갔을 때 참 많은 것을 느낀 것은 세계 영화인들 그리고 수많은 팬들이 한국 콘텐츠, 영화를 존중해 주고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어느 자리에 가든 한국영화,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뿌듯하고 자긍심을 느꼈다. 정말 기뻤다. 꼭 ‘기생충’과 내가 상을 받아서가 아니다. 봉준호 감독도 말했듯,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다. 임권택 감독부터 시작해서 20년 넘게 켜켜이 쌓아온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것이 이제야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쌓아갈 것이 많기 때문에 나 뿐만 아니라 ‘브로커’에 나온 훌륭한 배우들, 또 한국의 영화인, 감독님, 배우들이 다시 쌓아갈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함께 쌓아나갈 거라는 생각을 했다.”

‘브로커’에서 상현을 연기한 송강호. /CJ ENM
‘브로커’에서 상현을 연기한 송강호. /CJ ENM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을 비롯해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도 함께 작업했다. 거장들이 송강호와 작업을 원하고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서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내가 내린 답은 ‘평범해서’다. 가장 이웃 같고, 잘생기지 않은 모습, 친숙한 이미지 덕에 기회를 많이 얻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 질문은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배우로서 운이 좋은 것 같다. 훌륭한 배우들과 감독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복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냥 운이 좋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웃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고레에다 감독만의 다른 점이 있었다면. 
“일본 감독이고 뭔가 치밀하고 꽉 짜인, 정교한 연출과 이야기를 통해 관객과 소통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못된 선입견이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놀라울 정도로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갖고 배우에게도 던져줬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간장 게장을 특히 좋아한다는 것, 한국음식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독이라는 차별점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거장 감독들은 차별점보다 공통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천재적인 재능과 감각을 다 갖고 있으면서도 배우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이 가장 핵심적인 공통점이다. 놀랍다. 배우로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천재적인 감독이 배우인 내게 기회를 주네?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또 한 번 주네? 그러면 내가 다르게 해보지’ 하며 알게 모르게 자신감을 갖게 만든다. 배우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점이 대표적인 공통점이고, 차별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고 말하고 싶다.” 

-언어, 문화가 다른 외국 감독이 찍은 한국작품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이 현장에서 매우 의지했다고 했는데, 어떤 도움을 줬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칭찬해 줘서 민망하고 쑥스럽고 그렇다. 사실 내가 도움을 준 것이 없다. 단지 고레에다 감독이 촬영 전부터 배우들과 소통하길 원한다고, 어떤 이야기든 다 해주길 원한다고 여러 번 말을 해서 내가 느끼는 지점들, 일본 감독이기에 어쩔 수 없이 모를 수 있는 지점들을 이야기했다. 대사의 묘미나 차이, 디테일을 이야기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그렇게 했는데 너무 크게 과찬해 민망하다.”

송강호가 철학을 밝혔다. /써브라임
송강호가 철학을 밝혔다. /써브라임

-고레에다 감독이 본인을 두고 ‘인간의 어떤 세속적인 부분을 잘 표현한다’며 ‘극 중 인물이 결코 세속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송강호가 가진 최대 매력이자 놀라운 지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배우는 어떻게 생각하고, 본인의 연기관과 얼마나 일치하는가.  
“관객과의 공감인데, 직업은 다양할 수 있으나 인물이 관객에게 이질감이 든다든지 인물을 이해하지 못한다든지 이런 부분들을 상쇄하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전달하는 게 연기라고 생각한다. 배우라는 것이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다 보니 사람에 대한 연구, 본성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서려는 노력은 해오고 있다. 잘 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고레에다 감독이 그런 지점에서 말해준 게 아닌가 싶다.”

-배우라는 직업은 송강호에게 어떤 의미인가.  
“배우라는 직업은 자연인 송강호와 끝까지 가는 마라토너와 같다. 단거리 주자처럼 시작해서 조금 후 결승점을 통과하는 게 아닌, 긴 레이스를 달리는 마라토너와 같은 직업이 아닐까 싶다. 어떨 때는 힘들고 숨이 차고 그렇지만 또다시 천천히 뛰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그러다 컨디션이 올라오면 또 빨리 뛰기도 하는…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묵묵히 목표점을 뛰어나가는 마라토너와 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배우 송강호를 향한 대중의 높은 기대와 관심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나. 어떻게 극복하나.
“늘 그 기대에 감사하고 고맙지만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뿐 아니라 어떤 배우든 마찬가지일 거다. ‘저렇게 기대해 주시는데 흡족한 결과물이 돼야 할 텐데,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설렘도 있지만 초조함과 긴장감도 늘 있다.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스스로 노력하려고 한다. 연기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태도라고 해야 할까, 스스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방법은 없다.” 

-다시 극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브로커’에 이어 ‘비상선언’까지 연이어 관객을 찾게 됐는데, 소회가 어떤가.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생충’으로 인사를 드리고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영화인들뿐 아니라 관객들도 굉장히 담담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드디어 편하게 다시 만나게 됐다. 지금 ‘범죄도시2’뿐 아니라 훌륭한 영화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관객들도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콘텐츠, 영화가 갖고 있는 세계적 역량을 직접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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