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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 소방헬기 ‘유찰’… 특정업체 단독 참여로 의혹만 난무
2016. 10. 06 by 정소현 기자 coda0314@sisaweek.com

▲ 서울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이 추진중인 '다목적 헬기 도입 사업'을 두고 특정기종을 선정하기 위해 입찰기준을 지나치게 높여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부상당한 시민을 소방헬기로 옮기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익산산림항공관리소,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서울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이하 서울소방)이 추진하고 있는 ‘다목적 헬기 도입 사업’의 입찰이 결국 유찰됐다. 지난 5일 입찰마감에 단 한 곳만 참여한 탓이다. 이에 따라 서울소방 측은 재입찰 일정을 다시 공고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지나치게 높은 사전규격 탓에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가 특정돼서다.

◇ 서울 소방헬기, 5일 입찰마감에 단 한 곳 참여… 결국 유찰

‘소방헬기’ 도입을 둘러싼 잡음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소방은 입찰조건으로 크게 △국토부 표준증명 획득 △카테고리 A급(한쪽엔진 이착륙 기능) 등 두 가지를 내걸었는데,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헬기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사전 선정’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은 이번 입찰에 아예 참여조차 못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조건 대부분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서울소방은 “안전한 헬기를 도입하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수리온 제작사인 KAI 측은 “소방헬기로서 성능과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됐음에도 서울소방이 의도적으로 기준을 높여 입찰에서 배제시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안전’이다. 소방헬기의 임무가 재난 발생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 기준이다. 설령 1조원 넘게 혈세가 투입된 ‘국산’ 헬기라 하더라도 안전하지 않다면 ‘애국심’에 호소하며 배려를 요구할 수 없다. 관건은 서울시가 ‘안전성의 기준’으로 내세운 조건들이 과연 타당하냐는 점이다.

◇ 서울시, 국토부가 인증한 ‘특별감항증명’도 제외

서울시는 이번 입찰 조건에서 ‘미 연방항공청(FAA)이나 유럽항공안전기구(EASA) 또는 대한민국 국토부에 의해 형식증명을 받은 헬기’로 제한했다. ‘형식증명’은 민간항공기의 운항 안전성을 증명하는 절차다. 소방헬기는 민간항공기로 분류된다.

수리온은 미국이나 유럽, 또는 국토부에서 인증한 ‘형식증명’이 없다. 당초 민간항공기가 아니라 군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국내 인증체계에 따르면 헬기 사용 목적에 따라 인증기관이 다르다. 크게 군용·관용의 경우엔 방위사업청이, 민간의 경우엔 국토부가 인증을 해준다. 관용이라도 소방·산림용은 국토부가 감항업무를 주관한다. 이에 따라 군용으로 개발된 수리온은 국토부가 아닌, 방위산업청의 형식증명을 보유하고 있다.

▲ 소방헬기는 공중수색 및 구조, 응급환자 이송, 화재진화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사진은 응급환자가 소방항공대 헬기 호이스트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서울소방 119특수구조단, 뉴시스>
서울소방 측은 이를 근거로 수리온이 공중수색 및 구조, 응급환자 이송 등을 주목적으로 하는 소방헬기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내에 운용되고 있는 소방헬기 상당부분은 군용헬기임에도 관련 업무에 투입돼 운용되고 있다. 항공법 15조에 따라 특정 군용항공기가 민간용으로 안전 비행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특별감항증명’을 발급해 소방헬기로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전국 9개 소방항공대(중앙119, 서울, 경기, 인천, 전북, 충북, 광주, 전남, 부산)에서 5개 기종 12대 헬기가 특별감항증명을 발급받아 소방헬기 임무를 수행중이다. 국토부가 인증하는 ‘표준감항증명’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소방헬기로서 역할수행이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특별감항증명을 받으려면 소방·산림 등 목적에 맞게 헬기의 일부를 개조해 인증받으면 된다. 수리온은 특별감항증명을 발급받을 예정이었으나 서울시에서는 이 같은 특별감항증명 조차도 인정하지 않았다. 오롯이 ‘형식증명(표준감항증명)’만을 인정한다고 제한했다. 반면 충남소방(2013년)과 산림청(2015년)은 헬기 입찰시 ‘특별감항증명 헬기 참여 가능’ 조건을 포함시켰다. 제주소방은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방위사업청 중 하나의 형식 증명서를 요구했다.

항공업계 한 전문가는 <시사위크>와의 만남에서 “표준증명(형식증명)과 특별감항증명은 안전기준의 차이가 아니다”며 “헬기 사용목적에 따라 민간과 군용으로 나뉘는 것이고, 이를 어느 기관이 인증해주냐의 차이일 뿐이다. 서울소방의 논리대로 ‘표준감항증명’만 인정한다는 것은, 현재 특별감항증명을 받고 서울 상공을 날아다니며 재난구조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 헬기는 모두 소방헬기로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하지 않다는 뜻인데, 이는 무리한 논리다. 더불어 특별감항증명을 발급해준 국토부의 안전인증 역시 부정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카테고리 A’의 함정

서울시는 ‘형식증명’과 더불어 ‘카테고리A(TA급)’ 등급을 입찰 기준으로 제시했다. 서울시 설명에 따르면 카테고리 A등급은 엔진 한 기가 작동하지 않아도 안전 비행이 가능해 계획대로 이·착륙이 가능한 헬기 등급이다. 초고층건물이 많고 인구가 밀집된 도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카테고리 A등급은 필수사항이라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카테고리 B등급은 한쪽 엔진이 정지하는 경우 체공능력을 보증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같은 카테고리 A/B등급은 감항분류가 ‘수송’인 회전익항공기(헬기)에 대한 기술기준이다. 설계과정부터 군수로 개발 제작된 수리온은 카테고리 A/B등급이 사실상 무의미하다. 굳이 따지자면 카테고리 B등급(TB급)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서울소방은 “서울시내 비행 특성상, 수리온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카테고리 A와 B는 설계 당시부터 ‘사양’이 다른 것일 뿐, 카테고리 등급을 근거로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토부의 ‘항공기 기술수준’에 따르면 △최대중량이 9톤을 초과하거나 좌석수가 10개 이상인 경우는 ‘카테고리 A(TA급)’ △9톤 이하이면서 좌석수 9개 이하, 또는 9톤 이하지만 좌석수가 10개 이상인 경우 ‘카테고리 B(TB급)’으로 분류한다. 설계 당시부터 카테고리 A/B급을 정하고 이에 따라 제작한 뒤 비행·이착륙·강도 등 각 카테고리가 요구하는 성능조건을 입증하면 민간헬기 형식증명을 발급해주는 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6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TA급(카테고리 A등급)과 TB급(카테고리 B급)은 일종의 선택사항”이라며 “설계 당시부터 어떤 분류로 선택할 지에 대한 사항이다. 해당 분류는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은 이번 입찰에 아예 참여조차 못했다. 수리온 제작사 카이 측은 “소방헬기로서 성능과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됐음에도 서울소방이 의도적으로 기준을 높여 입찰에서 배제시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수리온 의무후송전용헬기 초도비행 모습<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이어 “카테고리 A든 B든 특별감항증명이든 모두 각각에 맞게 안전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다만 (특정 소방본부의 입찰조건을 뭐라 할 수 없지만) 서울시에서는 TA급(카테고리 A)이 도심에서 좀 더 활용하기 좋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리온은 현재 육군 기동헬기와 의무후송전용헬기, 경찰청(순찰·수색·공중추적), 산림청(산불진화·산악구조), 제주소방(응급환자 이송·인명구조) 등 군과 경찰, 산림청, 소방기관 등에서 사용하고 있거나 납품계약을 맺은 상태다. 추가시험을 통해 카테고리 A등급 입증이 가능하지만 입찰 일정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한 지자체 소방본부 관계자는 “TA등급 헬기가 TB보다 활용도가 나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국내 운용중인 소방헬기 중 군용·TB등급도 상당히 많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만큼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업체들의 입찰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옳다. ‘국산 헬기 애용’ 논리를 떠나, 실전 임무수행에 지장이 없다면 입찰조차 못하게 원천 배제시킬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 역시 “고가의 외제차를 사느냐 국산차를 사느냐는 구매자의 마음이지만, 소방헬기 구입은 제 취향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호상품이 아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헬기도입에 단 한두개 기종만 참여 가능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은 비교 선택할 여지가 없다는 얘기로, 이 자체가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는 문제”라고 전했다.

◇ 유력업체, 과거 방산비리 로비사건 전력 주목

서울시는 △표준감항인증 △카테고리 A △항속거리 800km 이상 △탑승인원 18명(조종사 2명 포함) 이상 등을 요구조건으로 내놓았다. 수리온은 항속거리가 768km, 탑승인원 최대 14명이다. 서울시의 입찰조건에 부합하는 기종은 △아구스타 웨스트랜드(AgustaWestland) ‘AW-189’ △ 에어버스 H-175 기종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마감된 입찰에는 아구스타만이 단독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시가 내건 조건에 부합하는 기종이 특정돼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사전 내정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영국·이탈리아 합작 방산업체인 AW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AW-189.
업계에서는 재입찰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가 내건 조건에 부합하는 기종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AW-189를 이미 내정하고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공교롭게도 서울소방은 기본 장비 규격 중 화재진화 장비의 경우 ‘배면물탱크(화재진압장비)’가 아닌 ‘밤비커빗(산불진화용 물주머니)’으로 하향 적용했다. 배면물탱크는 중대형헬기 기준 2톤이상 담수로 화재진화와 향후 고층빌딩 화재진화를 위한 물대포 장착성 등을 고려한 필수 요구장비로 알려져있다. 수리온은 배면물탱크를 적용한 상태고, AW-189는 밤비버킷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수렴 기간에도 KAI는 27건의 의견을 게재했지만 5건의 의견만 받아들여졌다. 반면 아구스타는 단 2건의 의견 게재했고, 모두 수용됐다.

무엇보다 아구스타가 그동안 보여 온 행보는 업계의 이 같은 의혹을 키우고 있다.

영국·이탈리아 합작 방산업체인 아구스타는 지난해 방위산업 납품비리 사건의 중심에 선 차기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제조업체다. 당시 아구스타로부터 돈을 받고 군 고위 관계자들에 로비를 벌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 등 해군 장교 8명이 대거 구속됐다. 2007년 해경이 AW-139를 도입하는 과정에선 간부의 금품수수 및 평가위원 명단이 유출된 사건도 있었다. 급기야 해경은 지난 2014년 다목적 대형헬기 구매사업에서 아구스타를 ‘신뢰할 수 없는 업체’로 규정한 뒤 불합격처리했다.

최근 한미 연합훈련에 참여했다 동해상에 추락한 링스헬기 제작사 역시 아구스타다. 앞서 2010년에도 같은 기종이 추락해 4명이 사망한 바 있다.

2013년 인도에서는 대규모 리베이트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헬기 도입과정에서 인도 관리들을 상대로 뇌물을 뿌린 사건이 적발된 것인데, 인도 정부는 이를 문제삼아 헬기 도입을 취소했다.

◇ 서울시 이어 부산시도 ‘카테고리 A’ 조건… 논란 재점화 될 듯

서울소방 관계자는 “입찰 사전 규격은 전문가 자문회의나 규격심의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며 “연초부터 업체들과 견적이나 의견교환을 진행해왔고, 40일간 사전규격을 공개하는 등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입찰 규격이 특정업체에 유리하다고 의견을 낸 업체는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입찰규격에 부합하는 기종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많지 않다”며 “전세계적으로 헬기를 제작할 수 있는 업체는 몇 개 안된다. (서울소방의 사전규격에 맞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도 많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소방은 지난 5일 실시된 입찰마감에서 단 한 곳만이 입찰에 참여함에 따라 10월 셋째주 정도 재입찰을 공고할 계획이다. 계약법 상 두 번에 걸친 입찰에도 유찰이 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서울소방은 현재 재입찰 횟수 및 수의계약 여부 등에 대해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시에 이어 부산시도 다목적 헬기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 역시 입찰공고에 ‘카테고리 A’를 요구하면서 논란은 재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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