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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슈&팩트④ TV토론 바로보기] 후보의 말과 행동에 전략 숨어있다
2017. 04. 14 by 은진 기자 jin9eun@sisaweek.com
▲ 19대 대선을 26일 앞두고 첫 후보자 TV토론회가 13일 열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은진 기자] 제19대 대통령선거를 26일 앞두고 첫 후보자 TV토론회가 진행됐다. 역대 대선 중 선거기간이 가장 짧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각 후보자들은 첫 TV토론회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신경전을 펼쳤다. 특히 이번 선거는 여야가 모두 분열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만큼 후보자들의 정치적 프레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토론회는 13일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한국기자협회와 SBS 공동 주최로 녹화됐다. 실제 방송은 밤 10시부터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념 및 정책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하지만 2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정책 검증이 이뤄지기는 어려웠단 평이 많았다. 대신 상대 후보를 향해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가 감지됐다.

◇ 문재인vs안철수, 홍준표vs유승민의 ‘프레임 전쟁’

문재인 후보는 시종일관 미소를 띤 얼굴로 여유를 보였다. 라디오 토론이 아닌 TV토론인 만큼 화면에 비치는 ‘이미지’를 고려한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문 후보의 여유로운 모습을 부각해 ‘대세론’을 굳히려는 취지로도 분석된다. 지지율 1위 후보를 향한 상대 후보들의 공격이 쏟아졌음에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일관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2위를 다투며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적폐세력 연대’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문 후보가 ‘적폐세력이 지지하는 후보’라고 공격한데 대해 안 후보는 “저에게 적폐 세력 지지를 받는다고 한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저를 지지하는 국민을 적폐 세력이라고 한 것”이라며 “문 후보 캠프 사람 중에 박근혜 정부 탄생에 공을 세운 사람이 많다. 문 후보랑 손잡으면 죄가 사해지고 제가 지지를 받으면 저는 적폐 세력이 되는 것이냐”고 받아쳤다.

문 후보는 “안 후보야말로 국민을 모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랑 함께하는 분 중에 이번 국정 농단 세력에 관여한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김진태, 윤상현 이런 분들이 지지 발언을 했다. 아주 유명한 극우 논객도 자기들 힘으로만 안 되니 대리로 안 후보에게 (표를) 주자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문 후보의 ‘적폐 프레임’ 논쟁은 국민의당을 향한 호남과 진보층의 표심을 민주당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읽힌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경우 ‘보수적자’를 놓고 한 치의 양보없이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유례없는 ‘보수 분열’ 상태로 선거를 치르는 만큼 ‘진짜 보수’ 논쟁을 펼쳐 보수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노리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서로 상대방을 향해 “강남 좌파” “낡은 보수” 프레임 공방을 주고받았다.

특히 홍 후보는 토론회 내내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비영리 정치통계연구소 ‘상수동전략그룹’은 감정분석을 통해 “홍 후보의 경우 꾸밈없는 감정흐름을 드러냈다”며 “타 후보들과의 공방에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하면서 고유의 정책과 비전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분석했다. 선거기간이 짧은 만큼 선명성을 확실히 드러내 보수표를 끌어 모아야 한다는 복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각 대선후보들은 TV토론에서 고도화된 '화술'과 전략적인 '몸짓'으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고, 이를 표심으로 연결시키려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TV토론과 표심의 함수관계

TV토론회는 13일을 시작으로 19일(KBS), 21일(JTBC)에도 열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토론회는 23일, 28일, 내달 2일 개최될 예정이다.

후보자들이 TV토론에 쏟는 노력만큼 TV토론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지자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에게 TV토론이 어떤 후보를 지지해야 할 명분을 줄 수는 있으나, 고정 지지층의 마음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 보수성향 유권자가 두 부류로 나뉜 만큼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 간 지지층 이동이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지난 대선에서) 사회과학자들이 나중에 선거 끝나고 검증을 해 본 결과 2012년 같은 경우 유권자의 97%가 TV토론회를 봤다고 한다. TV토론회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97%가 되고 그중에서 5% 내지 9%가 지지 후보를 변경했다고 얘기했다”며 토론회가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했다. 다만 TV토론회 형식이 5년 전과 많이 달라졌고 선거기간이 짧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이번에 역대 다른 어느 대선보다도 TV토론회의 비중이나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