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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슈&팩트⑨ 선거펀드의 실체] 대선후보 펀드와 지지율 상관관계
2017. 04. 19 by 은진 기자 jin9eun@sisaweek.com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펀드인 '국민주 문재인 펀드'가 모금 1시간 만에 1차 모금 목표액인100억 원을 달성하며 마감됐다. <문재인 1번가 홈페이지>

[시사위크=은진 기자] 5·9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각 대통령 후보들의 ‘쩐(錢)의 전쟁’도 막을 올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9일 ‘국민주 문재인 펀드’를 출시해 모금 61분 만에 330억 원 가량을 모았다. 지지율이 높은 후보의 펀드에 투자해야 원금이 보장되고 이자 수익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선거펀드는 사실상 ‘대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문재인 펀드’ 모금을 시작했다. 4,438명이 투자해 총 329억8,063만 원이 모였다. 1인당 약 740만 원을 넣은 셈이다. 문재인 펀드는 문 후보에게 돈을 투자하면 연 3.6% 이자를 적용해 오는 7월 19일 투자자에게 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펀드 자금으로 선거비용을 댄 뒤 선거 후 국고 보전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선거펀드는 정치후원금과 다르다.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 후원금은 기부할 수 없지만 선거펀드에는 참여할 수 있다. 미성년자나 외국인도 참여 가능하다. 정치후원금은 일종의 기부금으로 나중에 돌려받을 수 없지만, 개인 간 거래로 간주되는 펀드는 당연히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대신 이자소득에 대해 이자소득세 25%와 지방소득세 2.5%가 원천징수된다. 문재인 펀드에 100만원을 투자해 9,000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했다면 2,475원의 세금을 제한 100만6,525원만 돌려받게 된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광주 충장로에서 열린 집중유세장에 들어오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 지지율 높아야 더 모이는 선거펀드… 특정 후보에 ‘유리’

하지만 선거펀드를 아무나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보의 득표율이 15% 미만일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득표율 10% 이상이면 절반을 보전받고 10% 미만이면 아예 보전받을 수 없다. 투자자들이 지지율 낮은 후보의 선거펀드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지율 30~40%를 오가며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문 후보의 경우 자신 있게 펀드를 출시했으나 나머지 후보들은 정당보조금이나 당비, 선거후원금, 개인대출 등으로 선거비용을 충당하기로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국가에서 지원받은 정당보조금 120억 원에 시·도당사를 담보로 250억 원을 대출받아 약 500억 원의 비용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안철수와 국민의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소액 후원금을 모금할 계획이다. 안 후보의 여론조사 상 지지율은 15%가 훌쩍 넘지만 펀드 모금을 하면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판단 하에 개인대출과 후원금 모금을 택했다고 한다. 지지율이 한 자릿수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정당보조금과 후원금만으로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거펀드의 ‘쏠림 현상’에 대해 “선거펀드는 선거자금을 모은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만큼 자기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후보 입장에서는 홍보·캠페인 효과도 함께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지지율이 낮은 후보의 경우 선거펀드는 꿈도 못 꾼다. 섣부르게 펀드 모금을 시작했다가 목표액을 채우지 못할 경우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선거펀드 시초는 ‘유시민 펀드’

유시민 작가는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 펀드’를 만들었다. 지지자 5,339명에게 연 2.45%의 이자를 약속하고 110일 동안 41억 원을 모았다. 선거에서는 졌지만 득표율 15% 이상을 얻어 원금을 갚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0·26 재보궐선거에서 3일간 ‘박원순 펀드’를 개설했었다. 약정액을 입금하면 원금과 연 3.58% 이자를 돌려주는 형식으로 모금했다. 당시 47시간 만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거비용 한도액인 38억8,500만원을 채웠다. 박 시장은 시장에 당선된 후 서울시 선관위로부터 법정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 받아 펀드 가입자들에게 투자금을 상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