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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슈&팩트㉕ 호남홀대론 진위] 문재인 정부 호남 홀대는 '숫자 착시현상'
2017. 09. 12 by 은진 기자 jin9eun@sisaweek.com
4박 5일간 호남을 방문한 안철수 대표는 지역 순회를 하며 “문재인 정부가 호남권 SOC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호남 민심을 자극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민의당이 2018년도 예산안 편성을 두고 ‘호남 홀대론’을 제기하고 있다. 4박 5일간 호남을 방문한 안철수 대표는 지역 순회를 하며 “문재인 정부가 호남권 SOC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호남 민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사실과 다른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복지·보건·노동 예산과 교육 예산은 늘리고 SOC와 문화·체육·관광 예산을 줄여서 재정 건정성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예산안 편성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됐던 ‘4대강 사업’ 같은 토목 공사에 드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취지였다.

국민의당은 호남고속철도 사업 예산이 지역의 건의액에 비해 적게 편성된 것을 ‘호남 홀대’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안 대표는 지난 7일 광주광역시 KTX 송정역에서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호남고속철 조기 완공을 공약했지만 관련 예산 3,000억원을 신청했더니 95%를 깎고 154억원만 주겠다고 한다”며 호남지역의 예산 편성 요구가 5%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당 간사를 맡고 있는 황주홍 의원도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비는 영남지역민들의 건의를 정부가 받아들여 1조3,612억원이 추가됐고 호남고속철도 사업비는 1조3,189억원을 삭감하려고 하고 있다”며 “심각하게 호남을 차별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영남지역은 건의를 하지도 않은 사업에 예산이 편성됐고 호남지역은 건의를 했음에도 ‘삭감’됐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2018년도 예산안 분야별 증감율. <뉴시스>

◇ “영남은 요구도 안 했는데 예산 편성?… 이미 진행 중인데 왜 요구하겠나”

하지만 민주당은 이 같은 국민의당의 공세에 대해 “진실을 왜곡하는 숫자 놀음”이라고 일축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호남고속철도 사업은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사업계획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금년(2017년도) 예산 730억원 중 554억원 정도가 이월될 것으로 보인다. 국고에 철도시설공사가 50% 매칭하는 것을 포함할 경우 이월액은 1,100억원이 넘는다. 내년도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반박했다. 아직 본격적인 예산이 투입될 시기가 아닌 데다 이월액이 있어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도 차질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예산안) 내용을 다 알고도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라면 참 개념이 없는 분들이고 모르고 얘기했다면 참 게으른 분들”이라며 “100%에 5%로, 이런 식의 숫자 놀음을 가지고 호남에 가서 사실을 호도하는 행위가 ‘새정치’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안 대표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호남은 요구액 대비 적게 편성하고 영남은 요구를 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편성해주더라”는 국민의당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이미 사업이 시작된 경우 ‘계속 사업’으로 분류돼 지자체의 특별한 건의가 없어도 지속적으로 예산이 배정되기 때문이다. 이미 사업의 계획과 구상이 완료돼 예정대로 예산을 배정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지자체 요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영된 사업은 대부분 계속 사업들이다. 정상적인 추진이 가능한 사업들이다. 그러니까 요구를 안 한 것”이라며 국민의당의 ‘호남 홀대론’을 “사실관계를 왜곡해서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 사업,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사업을 들며 “이것 또한 지자체 요구가 없었음에도 예산에 반영된 사례”라고 덧붙였다.

호남 예산 홀대를 둘러싼 양당의 공방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 해당 부분을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할 방침이다. 안철수 대표는 민주당에 ‘끝장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국민의당을 향해 “특정지역에 가서 사실관계를 왜곡해서 지역감정을 유발한다거나 정치적 이득을 획득하기 위해 거짓을 말씀하시면 안 된다”며 “좋은 정치가 아니라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