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해진이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로 관객 앞에 섰다. /NEW
배우 유해진이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로 관객 앞에 섰다.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유해진이 영화 ‘올빼미’(감독 안태진)로 관객 앞에 섰다. 전작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감독 이석훈)을 통해 유쾌한 매력을 보여줬던 그는 데뷔 후 첫 왕 역할인 인조로 분해 서늘한 얼굴로 섬뜩한 존재감을 과시, 스크린을 압도한다.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다. 영화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 안태진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지난 23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유해진을 향한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극 중 세자의 죽음 후 광기에 눈먼 왕 인조를 연기했다. 인조는 정체 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세자의 죽음 이후 광기에 휩싸여 극단적인 양면성을 보인다. 

유해진은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인조의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특히 얼굴 근육의 미세한 떨림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하며 드라마틱한 감정 변화를 담아내는 등 몰입도 높은 열연으로 또 한 번 폭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했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유해진. /NEW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유해진. /NEW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유해진은 생애 첫 왕 캐릭터를 소화한 소감부터 촬영 비하인드 등 ‘올빼미’와 함께 한 순간을 되돌아봤다. 그는 쏟아지는 호평에 “첫 등장 때 관객이 웃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데뷔 후 첫 왕 역할이었다. 처음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  
“왜 나야? 이렇게 물어봤다. 감독에게 물었더니 ‘형만의 왕이 나올 것 같다, 그 모습이 기대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래? 알았어’라고 했다. 늘 그런 게 있다.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왜 꼭 그래야 해?’라는 질문이 기본적으로 따라다닌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 질문이 도움이 됐다. 왕은 왜 꼭 그렇게 있어야 해? 이 사람은 왜 꼭 그래야 해? 이런 작은 질문들이 뭉쳐서 그 인물이 완성됐다.”

-만족도는 어떤가.
“연기 인생에 한 번쯤 기회가 올까 생각은 했는데 실제로 올 줄은 몰랐다. 진짜 왕이 왔네.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진선규가 ‘형이 왕 역할을 해서 참 좋다’고 하더라. 자기도 나중에 그런 길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고 좋게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 의미에서 왕 역할은 상징적인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인조라는 인물을 어떻게 바라봤나.  
“디테일하게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은 아니다. 영화에서 다룬 부분, 실제 기록에 나와 있는 정도만 알지 인조의 상황이나 자세한 건 잘 모른다. 시나리오만 참고했다. 독립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속 인조는 가상의 인물일 수도 있는 거다. 영화적인 거니까. 영화 속에 나오는 인조만 알면 된다고 생각했다. 딱 그만큼만 아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인조라는 인물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연기했나. 연민도 느꼈나. 
“영화에서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잖나. 그래서 연민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용서될 수 있는 사건이라면 연민이라는 말을 쓸 수 있겠지만, 연민을 갖기에는 너무 큰일을 저질러버렸다. 역사적으로는 붙을지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같다. 욕망이라는 것 하나만 생각했다. 다만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이해하고 믿어야 관객이 믿지,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관객은 더 이해를 못하잖나. 이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있어야 조금이라도 보이는 거니까, 그 인물이 되려고 노력을 했다.”

‘올빼미’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왕 역할에 도전한 유해진. /NEW
‘올빼미’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왕 역할에 도전한 유해진. /NEW

-오랜만에 웃음기 없는 모습이었다.  
“코미디 장르에서 친숙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실은 고민도 많이 됐다. 어떻게 보일까. 처음 왕이라고 해서 나왔는데 웃으면 어떡하나. 그래서 첫 등장을 바꿨다. 느닷없이 등장하는 거였는데 부작용이 있을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천천히 관객에게 들어갔으면 했다. 관객들로 하여금 약간의 시간을 더 주면서 스며들게 하면 어떨까 해서 그렇게 등장을 바꿨다. 조마조마하면서 봤는데, 웃음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촬영하면서 연극할 때 생각이 나기도 했다고.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잖나. 배역도 굵고. 그런 작품을 만나면 자꾸 연극할 때가 생각난다. 연극적인 에너지를 갖고 해야겠다는. 연극 연기는 조금 더 굵은 느낌이 있다. 강빈에게 다가가는 장면이 특히 연극 같았다. 걸음걸이라도 조금 다르다.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강빈에게 걸어가면서 나만 느끼는 알 수 없는 공기가 있었다. 그런 게 무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믿고 보는 배우 유해진. /NEW
믿고 보는 배우 유해진. /NEW

-안면마비 연기도 분장의 도움 없이 직접 했다고.  
“특수분장을 하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마다했다. 연기하는데 되게 거추장스러울 것 같았다. 다른 영화를 찍을 때도 사극이 아니면 분장을 안 하는 편이다. 분장을 하면 제약이 생기더라. 그래서 싫어하는데 이번 작품에서 수염을 붙였는데 특수분장까지 하면 표현을 못할 것 같더라. 그래서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 주변에 구안와사에 걸린 분이 계셔서 참고도 했고 혼자 있을 때 (얼굴 근육을) 자꾸 움직여 보고 그랬다. 어눌한 말투도 연습을 해야 했다.”

-‘왕의 남자’ 조감독이었던 안태진 감독과 재회했다. 어땠나. 
“함께 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소통하는 게 너무 편했다. 허물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훨씬 좋았다. 어떤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고 필요한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 작품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류준열과는 ‘택시 운전사’ ‘봉오동 전투’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이었다. 
“예전부터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친근함, 익숙함이 있어서 잘할 거라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도 잘했다. 아니, 기대 이상이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 정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성장이라는 평이 나온 것처럼 정말 굵어진 것 같다. 장애가 있는 역할로 이야기를 끌고 가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잘 끌고 간 것 같아서 참 잘 가고 있구나 생각을 많이 했다. 정말 좋았다.”

-관객들이 ‘올빼미’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게 했으면 좋겠다. 배우 개인에 대한 이야기보다 영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밌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성공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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