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저지 13개 단체 보건의료연대 출범식이 열린 지난 8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참석한 보건의료연대 회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간호법 저지 13개 단체 보건의료연대 출범식이 열린 지난 8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참석한 보건의료연대 회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의료계의 공방이 뜨겁다. 대한간호협회 등 간호법 제정에 힘을 싣는 기관들은 해당 법이 그간 무관심했던 간호사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단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고도 말한다. 고령화 사회로 인한 의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궁극적으로 의료 서비스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계류 중인 간호법의 국회 통과를 위한 움직임도 거세다. 대한간호협회를 비롯한 ′간호법 제정추진 범국민 운동본부′는 지난 21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위한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 법안을 발의한 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들도 다수 참여하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제정 찬성’의 목소리만큼 법안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 등 13개 단체는 오는 27일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총궐기 대회를 예고했다. 간호법 제정 총궐기 대회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간호법 제정의 문제점을 알리고 이를 총력 저지하겠다는 심산이다.

◇ 의료법 체계 혼란 우려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궁극적으로 이 법안이 현행 의료 환경에 큰 혼란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데 우려를 표한다. 의료라는 범주에서 간호의 영역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부터 논의가 필요함에도 이를 졸속으로 추진해 상당한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이 각 직역을 포괄한 것과는 달리 간호법의 경우 ′간호 직역′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직역 간 연계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이 반대의 주된 이유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간호 자체를 사실 의료에서 분리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이라며 “이것을 분리하게 돼 버리면 치료까지 도달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과 상충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의 경우, 70년간 유지돼 온 의료법 체계가 사실상 모든 의료 환경을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된 법안인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기존의 체계와 세세한 부분에서 충돌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면허는 ‘의료법’을 따르고 그외 신분 규정 등은 ‘간호법’을 따르는 데서 오는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합 돌봄 체계’에서 인력과 시설 등이 다른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경우가 일례다. 박 대변인은 “통합 돌봄 체계 구축 등에서 돌봄 병동 이런 것은 의료법 내 의료기관에 해당된다”며 “인력은 간호가 담당하겠지만, 감염 관리 등 내부의 시설적 규정을 떼서 넣게 되면 양쪽이 충돌되는 부분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예산 낭비’와 ‘과잉 입법’이라는 주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 ‘직역 침해’ 우려도

이 법안을 반대하는 곳은 비단 의사협회만은 아니다. 간호조무사‧응급구조사‧방사선사‧요양보호사 등 유관 단체들 역시 해당 법안에 적극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간호사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 경우, 자신들의 영역이 침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지난 5월 국회 보건복지위 소위에서 간호법이 상정되자 성명서를 통해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지위를 지금보다 더 악화시키고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대안은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라는 단서를 달며 당초 원안의 모호성을 제거했다. 하지만 이들은 해당 조항이 현행 의료법과 마찬가지인 기존의 병원 등에서 한정되고, 새롭게 추가된 ‘지역사회’ 등 영역에서는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아울러 일단 법안이 제정 된다면 언제든 필요에 따라 개정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물론 간호협회 등은 이러한 우려가 ‘과한 걱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단독법을 굳이 제정하려는 시도 자체가 ‘직역 이기주의’라는 시선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수많은 부작용이 우려됨에도 오롯이 간호사 직역의 편의만을 위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간호법 제정의 명분 중 상당수가 의료법 등 현행법 개정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 대변인은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들은 전혀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선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도 다 들어가 있는 부분”이라며 “더 실효성 있는 부분을 만들기 위해선 의료인들이 다 같이 노력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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