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 각 세대의 특징 상위를 강조해 사회발전 원동력과 세대 간 소통의 길을 찾는데 활용되는 이론이다. 최근 몇년 간 가장 뜨거운 세대론은 ‘MZ세대’ 혹은 ‘Z세대’다. 우리 사회가 ‘세대론’에 집중하는 사이, ‘진짜 나’는 길을 잃었다. 요즘 세대가 그렇다는데 나도 그렇다고? ‘어쩌다 Z세대’가 된 나는 새로운 관점에서 소통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최근 SNS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Z세대 문해력 논란이 있습니다. Z세대는 이것도 저것도 모른다는 내용이 다수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져서 제대로 된 읽기를 하지 못한다는 평가, 정말일까요?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SNS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Z세대 문해력 논란이 있습니다. Z세대는 이것도 저것도 모른다는 내용이 다수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져서 제대로 된 읽기를 하지 못한다는 평가, 정말일까요?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심심한 사과, 금일, 명일, 사흘, 나흘. 최근 SNS와 언론 할 것 없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Z세대 문해력 논란이 있습니다. 특정한 어휘를 모른다는 논란 이전에는 맞춤법 논란도 있었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Z세대라 조금이라도 글이 길면 함축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제가 봤던 논란은 ‘삼명일’이라는 단어와 관련돼있습니다. 삼명일(三明日)은 내일모레의 다음날, 글피를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확실히 지금은 많이 쓰이지 않는 단어죠.

커뮤니티에 올라온 삼명일과 관련된 글이 문제가 된 부분은 ‘MZ세대는 삼명일을 모른다’에 있지 않았습니다. 글쓴이가 ‘자료를 주고 삼명일까지 해오라고 시켰더니 그걸 몰라서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더라’면서 이에 대해 기본적인 소양이 없다며 비아냥거린 부분이 논란에 오른 겁니다.

해당 글에 대해서 누리꾼들은 강하게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삼명일이란 단어 자체에 대한 논의에 앞서 모르는 것을 검색해서 알아보려고 한 부분이 공개적으로 이죽거려질 일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세대 갈등을 조장하려고 이런 글을 올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죠.

특히 SNS와 커뮤니티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번지는 Z세대의 문해력 논란은 일부분 본질이 흐려진 듯 해보입니다. 그곳에 남은 것은 세대 갈등과 혐오뿐이었죠.

◇ 요즘 세대의 ‘문해력’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Z세대에 대한 최근 논란들은 엄밀히 말하면 맞춤법, 어휘력, 문해력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대체로 ‘문해력’으로 통칭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각각 다르지만 갈등 양상은 동일합니다. 대체로 모르는 것을 당당하게 여기는 일부 Z세대의 태도와 이를 무식하다며 괄시하는 일부 다른 세대의 대립으로 이뤄지죠.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실제로 신세대의 문해력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OECD에서는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치르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PISA 2018 읽기 분야에서 한국 학생들은 ‘정보 찾기’ 항목에서는 PISA 2015보다 정답률이 상승했지만 ‘이해하기’ 항목에서 하락폭이 눈에 띄게 컸다고 합니다.

평가원이 PISA 2018을 분석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몇 단어나 구절 또는 숫자로 이뤄져 있는 목표정보를 얻기 위해 단일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정보 찾기’에 비해 ‘이해하기’는 인지적 부담이 더 큰 활동입니다. 이해하기 활동 중 상대적으로 쉬운 수준의 독해 기능이 크게 하락했다는 게 평가원의 분석입니다.

또한 읽기 평가틀 중 ‘갈등의 발견과 조정’ 항목에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정답률을 보였습니다. 이는 가시적 단서를 활용한 읽기 과정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수월해하지만 글의 내재적‧맥락적 의미를 읽어내고 문제 해결적 사고 능력을 필요한 곳에서는 어려워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읽기 능력이 모두 하락한 것은 아닙니다. PISA 2018에서 한국 학생들은 다중 텍스트 읽기 능력은 상승했습니다. 여러 가지 정보를 띄워두고 그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것에는 상당 수준의 능력을 보였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하나의 텍스트를 꼼꼼하게 독해하는 것은 어려워하고 있다고 평가원은 분석했습니다.

글쓰기 교양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보고서에서도 학생들이 문자 그대로를 읽고 정보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워하지 않지만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거나 종합적인 주제를 파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동시에 디지털 기기에 대한 활용능력이 높아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을 쌓아가는 것에서 상당한 수준의 능력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런 연구결과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정말로 신세대들은 다른 세대에 비해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것일까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읽기 능력과 디지털 세대의 읽기 능력을 분리해서 봐야하는 것은 아닐까요.

결국은 태도의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실제로 신세대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르는 것을 당당하게 여겨서, 모르는 것을 무식하다고 여겨서 세대갈등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고 보입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결국은 태도의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실제로 신세대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르는 것을 당당하게 여겨서, 모르는 것을 무식하다고 여겨서 세대갈등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고 보입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 ‘무식’의 프레임, ‘꼰대’의 프레임

제가 만난 D씨(20대‧남)는 문제는 태도에 있다고 짚었습니다. SNS나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는 문해력과 관련된 글들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 ‘모르는 게 어때서, 그걸 지적하는 꼰대가 문제다’ ‘이것도 모르다니 역시 Z세대는 무식하다’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있습니다.

예전에 한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는 ‘되’와 ‘돼’를 구분하지 않았고 누군가가 그것을 지적했는지 그에 대한 반박을 올려 화제가 됐었죠. 의미만 통하면 되는 것이지 잘못 쓴 게 무엇이 문제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하나하나 지적하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불편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지적도 담겨있었습니다.

반대로 Z세대를 폄하하는 내용의 글도 많습니다. ‘요즘 애들 어휘 수준’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이것도 모르고 저것도 모른다는 식이죠.

온라인은 소수의 사람도 다수처럼 보일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해력 논란에 기반한 세대갈등은 실제 세대갈등 양상보다 과장돼 보인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증폭된 현실의 작은 갈등이 부메랑처럼 현실의 갈등으로 돌아올 수 있음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평가원은 현재 학생들의 읽기 능력에 대해서 그 원인을 학교 안팎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우선 학교 안에서의 원인은 최근 읽기 교육 방향의 변화입니다. 전통적인 읽기 교육은 어휘의 의미에서 출발해 문장을 이해하고 텍스트의 내용적‧형식적 구조와 전체적인 의미를 추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최근의 읽기 교육에선 정해진 의미를 파악하는 일보다는 독자에 따라 다양하게 역동적으로 의미를 구성해내는 능력을 신장하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고 합니다.

평가원은 이러한 교육 방식이 텍스트를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능력은 신장시킬 수 있지만 글 자체를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신장시키기엔 부족할 수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PISA 2018에서 추상적이고 복잡한 인지과정을 요구하는 문항일수록 정답률이 떨어지는 양상은 현재 국어와 교육과정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다고도 지적했죠.

교육 외에서의 원인에 대해선 전반적인 읽기 경험이 축소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구어 상황과 유사한 메신저 활용도가 높고 분량이 많은 글 대신 카드뉴스와 영상 시청 비중이 늘면서, 텍스트를 읽고 내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경험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PISA나 연구보고서가 내린 결론처럼 실제로 신세대들의 읽기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면 이는 신세대 스스로 깨닫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문해력이 떨어지고 적절한 언어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문맹으로의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D씨와 E씨(20대‧여)는 “‘금일’이나 ‘사흘’같은 단어는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혹시 모르니 찾아보는 편”이라면서도 “요즘 많이 쓰이지 않는 단어를 모르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단어에 대해 적용될 수는 없다. 맞춤법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화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직접 대면으로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표정과 어조, 행동 등을 통해서 설령 단어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맥락상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우선 Z세대를 무시하는 프레임, 지적하는 상대가 꼰대라는 프레임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고 짚었습니다.

사실 쉬운 문제입니다. 모르면 배우면 되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가르쳐주면 되니까요. 기성세대에 비해 신세대가 전통적인 읽기에 약하다면 신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다양한 정보 수집에 능합니다. 이런 측면에선 신세대가 기성세대의 길잡이가 돼줄 수 있겠죠.

어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과 내일이라는 단어를 두고 굳이 금일과 명일을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는 없겠죠. 그러나 ‘모르는 게 어때서’가 아니라 좀 더 부드러운 반응을 보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 혹시 Z세대가 모른다고 하더라도 한 번 더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요. 조금은 더 너그러워도 되지 않을까, 제안해 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이소연 외(2020), PISA 2018 결과에 나타난 우리나라 학생의 성취 특성 분석: 성취수준별 특성 및 학업탄력성이 있는 학생 특성을 중심으로
2020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윤예영(2022), 대학 교양 글쓰기와 문해력
2022 한국고전연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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